유럽산 핵심 광물을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은 지난 28일 마찬가지로 일본산 배터리가 IRA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관세 미부과를 골자로한 협정을 체결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산 핵심 광물을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IRA 세부내용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협정이 성사된다면 유럽산 핵심광물이 사용된 전기차 역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유럽은 IRA 핵심 광물 규정과 관련해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30일(현지시간)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미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과 관련한 핵심 광물 협정이 곧 타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미국과 EU 간의 협정이 실질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이 맺은 협정과 비슷하지만, 다른 법적 틀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8일 미국과 일본은 상대국으로 수출하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채굴되거나 가공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도 IRA상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우리는 일본과 같은 종류의 실질적 차원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IRA 상 세금 혜택이 배터리와 원자재, 태양광 패널과 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유럽 내 투자를 위험에 빠트렸다”면서 “투자 활동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도 지적했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31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핵심 광물 지침에 대한 논의를 가정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그는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보조금과 관련, 유럽 핵심 광물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는 미국과의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따. [로이터]

앞서 지난 10일 미국과 EU는 IRA 상 전기차 보조금 문제와 관련, 유럽산 핵심 광물을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공동 성명에서 “EU에서 추출·처리된 관련 핵심 광물이 IRA상 세액 공제 요구사항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핵심 광물 협정에 대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는 유럽과 일본은 IRA상 보조금을 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배터리 사용 시 3750달러를,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EU 간 핵심 광물 관련 협상에 대해 “북미 최종 조립이라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상업적 목적의 리스 차량이라면 유럽의 전기차도 보조금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말 미 재무부는 기업이 사업 목적으로 구매한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 최종 조립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IRA 규정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EU는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서 역내 친환경보조금을 완화하는 등 이른바 ‘그린딜 산업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미국과 EU의 ‘보조금 경쟁’이 격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청정 기술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분야 등에 대한 보조금에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성에 대해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