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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무실한 ‘경비원 갑질금지법’…법 시행에도 단속 건수는 ‘1건’
아파트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 변경 위해
경비원들에게 주민 동의서 지시
의정부시, 위탁관리업체에 300만원 과태료 부과
전문가들 “경비원 위계 고용구조, 부당 업무에도 신고 주저하게 돼”
“입주민, 위탁관리업체 등 법적 대상 포함해야”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동료 경비원들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2021년 11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아파트 공동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바꾸기 위해 경비원들에게 주민 동의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지시를 수차례에 걸쳐 경비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부당 업무지시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으로 의정부시에서 조사로 확인됐다. 당시 시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경비원들이 부당 업무 지시에 대한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시는 A씨가 경비원들에게 주민 동의서를 받으라는 내용의 녹취록을 확보,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의 위탁관리업체에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경비원 갑질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유일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경비원들이 3개월 등 초단기계약을 맺는 처지라, 갑질이 있어도 쉽사리 신고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10월 법안이 시행된 후 과태료 처분 건수 자체가 1건 이라는 것은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30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경비원 업무가 명시된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건수와 액수 현황을 보면, 지난 2021년 10월부터 이달까지 집계된 단속 건수는 한 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비원이 예외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업무는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에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업무 수행 등이 있다.

관리소장 등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시행령에 명시된 업무 외 지시를 내릴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선 과태료 300만원의 행정처분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행정명령을 받은 아파트 단지에서 시정명령을 어긴 경우에는 차수에 따라 과태료 500만원, 700만원, 1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태료와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관리주체가 이를 어길 수 있지만, 이 같은 실태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야 추가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 500만원 이상의 추가 과태료가 부과된 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개정해 경비노동자의 업무범위가 설정됐음에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비원들이 부당한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어도 관리소가 경비업체에 용역을 준 뒤에 경비원을 고용한 구조다보니 신고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명시된 업무규정과 더불어 국토교통부에서도 경비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여전히 업무범위가 불명확해 신고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겸 공인노무사도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용역업체와 3개월의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어 고용 불안정에 노출돼 있다”며 “입주자대표와 위탁업체 등 경비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도 “피해 당자사인 경비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아도 직접 신고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어 문제제기가 어려운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 외에도 폭언과 폭행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공동주택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금지행위의 유형을 추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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