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다 바드르 사우디 문화부 음식예술위 대표

달콤한 대추야자와 담백한 후무스(Hummus). 최근 인기가 높아진 중동음식이다. 하지만 이외에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국가별 중동 음식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국적인 음식이 글로벌 트렌드로 올라선 시점에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는 자국 음식의 전 세계적 인지도 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바로 문화부 산하기관인 음식예술위원회의 활동을 통해서다. 마야다 바드르(Mayada Badr) 사우디 음식예술위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사우디 국민 요리를 선정해 발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음식의 가치를 해외에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드르 대표는 현지의 유명 요리사다. 2005년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의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디저트 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국제 행사에서 사우디 대표 요리를 선보여왔던 그는 고급 케이크전문점 ‘핑크 카멜’을 설립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현재 그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음식예술위는 사우디 문화부가 관할하는 위원회로, 2020년부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요리의 발표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우디 전통 및 지역 요리 내러티브(National & Regional Dishes Narratives)’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요리를 발표했다.

자리스

맥슈시

“사우디 국민 요리로는 ‘자리스(Jareesh)’가, 국민 디저트는 ‘맥슈시(Maqshush)’가 선정됐습니다. 자리스는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전통 요리인데요. 으깬 밀로 죽을 만들어 고기를 올린 음식으로, 주로 연회·결혼식과 사교 행사에서 제공됩니다. 전통 디저트인 맥슈시는 밀가루 반죽에 버터, 꿀, 당밀 등을 넣어요. 보통 아침에 즐겨 먹지만, 춥거나 비가 올 때도 찾는 간식이에요.”

중동에서 ‘춥다’는 말이 의외였다. 그는 “사우디라고 매일 덥지만은 않으며, 산악 지역은 춥고 눈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겨울에 먹는 대표 음식으로는 ‘히나이니(Hinaini)’와 ‘아레카(Arekah)’를 들었다. 히나이니는 밀빵·대추·버터를 섞어서 조리한 음식이며, 아레카는 밀가루에 기버터·대추·꿀을 넣어 만든다.

켈리쟈

사우디는 독특한 커피 문화도 가지고 있었다. 금지된 술 대신 커피와 차 문화가 발달해 가정이나 지역별로 고유의 커피 레시피가 따로 있다.

“사우디 커피는 일반적으로 필터 없이 원두를 끓인 상태로 제공됩니다. 설탕 대신 샤프란, 시나몬, 정향 등의 향신료를 넣고 끓이는 것도 특징이죠.”

커피를 마시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달콤한 대추야자다. 현지에서는 손님에게 커피와 대추야자를 대접하는 환대 문화가 있다. 바드르 대표는 “대추야자는 사우디의 기본 식료품이자, 없어서는 안될 과일”이라고 표현했다. 대추야자는 이슬람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식품이었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중 단식을 끝내고 먹는 첫 음식이 대추야자입니다. 영양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기력 회복과 열량 보충에 좋기 때문이에요. 달콤짭짤한 요리에도 사용되는 등 레시피는 매우 많습니다.”

살레그

사우디 음식중 한국인에게 추천할 만한 요리도 궁금했다. 바드르 대표는 ‘살레그(Saleeg)’를 먼저 언급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쌀에 치킨을 넣어 만든 요리로, 이탈리아 ‘리조또’와 비슷하다.

추천 요리 중에는 신기할 정도로 한국 만두와 발음까지 비슷한 요리도 있었다. 사우디의 ‘만투(Mantu)’이다. 만두처럼 얇은 피에 고기를 채운 후 쪄서 먹는다. 디저트로는 ‘켈리쟈(Kelijah)’가 꼽혔다. 달콤한 대추 당밀·꿀·견과류가 들어간 과자로, 바드르 대표는 부라이다 지역에서 매년 켈리쟈 축제를 벌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간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요리 소개를 마친 그는 “레시피의 공유가 많은 이들에게 그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줄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은 문화의 근원”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가 강조한 ‘음식의 힘’은 최근 사우디 문화부가 ‘전통 음식 알리기’에 적극 투자하는 바로 그 이유였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