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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실하고, 일도 잘하네” 이 말 듣는 순간 ‘일만’ 더 시켜, 착취 대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좋은 마음에 시키는 일 열심히 하면 또 꼭 나만 시켜요.”

애사심이 많은 직원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경험이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회사원 A씨도 그렇다. 그는 “회사가 작다 보니 애매한 잡무가 많다. 회사를 생각해 흔쾌히 수락하곤 했는데, 그럼 계속 다른 직원 말고 나만 찾는다”고 토로했다. “애사심이 뛰어나다”는 사내 평가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실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회사에 충성심이 큰 직원일수록 무보수로 계속 일을 맡게 된다는 연구 결과다. 매튜 스탠리·크리스 넥 교수 등 미국 애리조나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로, 국제학술지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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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충성도 있는 직원은 착취의 대상이 된다(Loyal workers are selectively and ironically targeted for exploitation)’이다.

이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연구팀은 약 1400명의 참가자를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존(John)’이라는 가상의 직원을 관리하도록 했다.

이 가상의 회사는 빡빡한 예산으로 운영된다. 즉, 존이 추가로 일해야 한다면, 무급으로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보수로 며칠간 저녁 늦게까지 일하거나, 직무와 상관없는 일도 시켜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사실상 노동착취, ‘열정페이’인 셈이다. 가상이지만,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에는 “존이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이란 정보를 줬고, 다른 한쪽엔 “존이 정직하고 일을 공정하게 하는 일반 직원”이란 정보를 줬다.

참가자들은 ‘공정하지만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 직원’보다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을 더 많이 무보수 일에 투입시켰다.이 같은 경향은 “존이 참 회사에 충성스러운 직원”이라고 평가한 추천서를 읽었을 때 더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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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참가자들은 무보수 일을 수용하는 직원을 어떻게 평가할까? 참가자들은 이 같은 직원을 ‘충성스러운 직원’으로 평가했다.

충성스러운 직원에게 무보수의 일을 더 시키고, 그럼 그 직원은 더 충성스러운 직원으로 평가받아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충성과 착취의 악순환이다.

연구진도 동일한 결과를 내놨다. 연구를 이끈 매튜 스탠리 교수는 “충성스러운 직원이 착취당할 경향이 있고, 그 일을 할 때 충성스러운 직원이란 평판이 높아져 미래에 또 (착취적인 일에) 뽑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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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왜 충성스러운 직원에게 무보수의 일을 더 시킬까? 이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충성심이 있다면, 회사를 위해 개인적인 희생도 감수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도 충성심 있는 직원이 부정적으로만 평가받는 건 경계했다. 스탠리 교수는 “이 연구 결과로 사람들에게 ‘누구에도 충성하지 마라’고 제안하고 싶진 않다. 우린 충성스러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건 정말 까다롭고 복잡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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