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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유율 2% 시스템반도체 키우려면…작고 건실한 기업들과 개방적 파트너십 중요”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인터뷰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 사피온코리아 오피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한국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작고 건실한 기업들과 보다 개방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전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의 류수정 대표(사진)가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피온은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8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한 국내에 몇 안 되는 토종 AI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SK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실제 상용화 된 AI 반도체를 개발,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2%에 불과한 한국 시스템반도체…“개방적 파트너십 필요”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피온코리아 오피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단 공정으로 칩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메모리에 비해 너무 낮은 2% 이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활성화 시키려면 좋은 디자인하우스와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생겨야 한다”며 “아직 국내 업체들의 크기가 작고 물량이 적더라도 큰 기업들이 여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기업들과 개방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 사피온코리아 오피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1971년생인 류수정 대표는 뼛속까지 엔지니어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등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2018년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상무로 역임했으며, 2021년 4월 SK텔레콤에 합류해 AI 액셀러레이터 분야를 맡았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이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다 2022년 1월에 사피온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 SK 그룹의 AI 반도체 거점 수장이 됐다.

류 대표는 국내 반도체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 부족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드웨어를 만들었을 때 이를 더 잘 구동시키기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쪽 인력이 굉장히 많이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는 해외 인력들을 활용을 하거나 해외 거점을 둬 인력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피온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도 인재 확보 측면이 크다. 사피온은 올해부터 미국 본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주요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한 최선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피온 ‘X220’ [사피온 제공]
“사피온 칩, ‘저전력 고성능’으로 차별화”…SK그룹 전폭적 지지도

류수정 대표는 다른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사피온 만의 장점으로 ‘저전력·고성능’을 꼽았다. 그는 “챗GPT 같은 고도화된 AI 서비스 구현에는 얼마나 적은 자원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GPU와 성능, 파워, 지연속도 등을 비교해봤을 때 AI 가속기는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최근 구글,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솔루션에 특화된 칩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들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며 “특정 응용 분야에서 분명 AI 가속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사피온의 ‘저전력, 고성능’이라는 기술적 차별점에서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사피온에 대한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도 뒷받침 되고 있다. 류 대표는 사피온의 비전에 대한 최태원 SK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는 없느냐는 질문에 “AI에 대한 열정과 넷제로에 대한 추진방향에서 사피온이 저전력 AI반도체로서 그 역할을 해나가길 바라시고, 이를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SK텔레콤 전시관을 방문해 SKT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사피온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23에서 최태원 회장은 SKT 부스를 찾아 사피온 반도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피온의 칩 ‘X220’을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직원의 부탁에 자신을 ‘광고 모델’이라고 지칭하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사피온 AI 반도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점이다. AI 서비스 ‘에이닷’이 대표적이다. 류 대표는 “에이닷에는 대화, 요약, 수집 등 굉장히 많은 응용 AI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앞서 사피온 X220 칩은 SKT의 AI 스피커 누구(NUGU) 서비스에 실제 적용됐다”고 밝혔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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