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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스 그만 받을래” ‘육체노동’ 마다않는 청년들 [MZ공무원 엑소더스]
천대받던 ‘블루칼라’ 다시 인기
현대차 생산직 채용 화제…홈페이지 마비도
기능직 자격증 취득하는 청년들도
지난달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기아 생산직 입사 시험 서적.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1. “현대자동차 생산직 서류 마감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관련 경력이 없어 걱정된다면서도 일단 넣어보겠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입사 자기소개서 첨삭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는 이달 초 현대차 생산직 서류전형을 준비하는 이들의 문의로 바빴다. 이 중엔 현직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적은 월급과 민원에 지치던 차에 지원하게 됐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 2. 서울 강서구의 B기능직 자격증 전문학원은 최근 ‘주말반’을 신설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주말을 활용해 기능직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의 수요가 높아져서다. 공무원을 비롯해 사기업, 공기업까지 소속은 다양하다. 이 학원 관계자는 “능력에 따라 일당 2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어 진지하게 전업을 고민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무원 인기 시들…다시 떠오르는 ‘블루칼라’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육체노동’으로 눈길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때 생산직, 기능직 등은 ‘블루칼라’로 불리며 그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사무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을뿐더러 안정성 또한 공무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초 서류 접수를 받았던 현대자동차 생산직 ‘열풍’이 단편적인 예다. 현대차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600만원이다. 특히 생산직은 만 60세 정년을 보장하고 현대차 최대 40% 할인 등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vs 현대차 생산직’ 등의 제목으로 비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올해 5% 오른 177만800원이다.

현대차에선 생산직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사 채용 홈페이지는 서류 첫날부터 마비가 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성별, 연령, 학력 등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생산직 관련 경험이 없는 사무직 지원자들도 몰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공무원, 법원직 공무원 등 다수의 현대차 생산직 자기소개서를 첨삭했다는 C업체 관계자는 “‘혹시나’ 하며 그냥 한 번 넣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몇 번씩 수정을 거듭해 서류에 공을 들인 분들이었다”고 했다.

수험서 트렌드도 역전…생산직 수험서 많이 팔리고, 9급 공무원은 하락세
[헤럴드DB]

전날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매장에는 총 6곳 출판사에서 각각 출간한 현대차 생산직 대비 수험서가 진열돼 있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고객들의 관심이 많아 기획전을 별도로 마련했다”며 “서류 접수 초기 직접 서점으로 와서 문제집을 살펴보고 구매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현대차 생산직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생산직 수험서 판매량은 2020년 전년 대비 63.3% 줄었지만 2021년에는 반등하면서 전년 대비 71.6%, 지난해에도 76.90% 늘었다. 올해 3월까지는 105.7%까지 늘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시장 전반이 얼어붙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며 “올해는 최근 현대차, 에쓰-오일 등 생산직 채용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공무원수험서 인기가 줄어든 것 역시 통계로 드러난다. 9급 공무원수험서 판매량은 2019년 전년 대비 20.7% 늘었으나 2020년엔 2.2%, 2021년엔 13.5%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엔 판매량이 6.6% 줄면서, 급기야 하락세로 전환됐다.

도배사, 타일공 도전하는 청년들…“스트레스, 드디어 벗어났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8월 퇴사 후 도배사로 전직한 김세로(30·가명) 씨. [본인 제공]

기업 생산직뿐 아니라 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능직’을 찾는 이도 많다. 관련 학원들에 따르면 최근엔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타일기능사, 도배기능사 자격증 등이 청년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김세로(30·가명) 씨는 지게차 운전, 프리랜서 음향엔지니어, 사무직 등을 거쳐 지난해 도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흔히 겪는 인사고과, 이직에 대한 스트레스를 도배 일을 하면서는 겪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했다.

김씨에게 도배사라는 직업은 무엇보다 ‘능력에 따른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김씨와 같이 현장에 갓 투입된 도배사가 받는 일당은 10만원 수준. 김씨는 “지금은 일반 직장인 수준의 소득이지만 팀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수개월 안에 일당이 12만원, 15만원까지 금방 오른다”며 “일반 직장에서 연봉이 오르는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되고, 정년 걱정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도배사로 일하며 직접 도배학원을 운영하는 윤찬서(34) 씨도 공기업, 공무원 출신의 다양한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윤씨는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 빈번한 야근, 일이 잘못됐을 때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감과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퇴사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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