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등교 후 조회를 하교 있는 인도네시아 쿠팡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인도네시아의 한 지역 정부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른 새벽 수업을 시작하는 이른바 ‘새벽 등교’를 도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 등교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지역 정부의 주장이지만, 부모들은 학생들의 수면 부족이 오히려 학업 효과를 떨어트리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누사 틍가라주의 주도인 쿠팡은 권내 10개 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새벽 5시 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발표돼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당국은 “학생들의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새벽 등교’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자녀를 깜깜한 새벽부터 등교시켜야하는 부모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6세 자녀를 둔 한 여성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쳐 잠이 든다”면서 “어둡고 조용한 새벽은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에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누사 첸다나대의 교육 전문가인 마르셀 로봇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새벽 등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주면 부족은 학생들의 건강만 위협할 뿐”이라고 주장했따.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아동 보호 위원회는 해당 정책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시민들의 불만을 반영해 지역 정부에게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벽 등교’ 정책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미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 기관 공무원들도 새벽 5시 30분까지 출근해 업무를 하고 있다. 한 지역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당국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서 오히려 더 건강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