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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MZ 사망률 1위 ‘극단 선택’…서울시 한강교량 1.65m로 높인다
지난해 자살 시도 건수 크게 늘어
젊은 층 중심으로 극단적 선택 ↑
자살예방문구가 있는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 자살예방문구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2021년 철거됐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자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한강교량 20곳 모두 투신자살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가 직전 해 대비 늘거나 같았다. 서울시가 한강다리 난간을 최대 1.65m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 제출받은 ‘한강교량 극단적 선택 구조출동 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시도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는 1000건으로, 직전 해보다 40%가량 증가했다. 특히 마포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 등과 같은 접근성이 높고 잘 알려진 다리 외에도 청담대교 등 이전에는 극단적 선택이 적었던 다리도 출동 건수가 늘었다. 평균 출동 건수가 2건 이하였던 청담대교는 지난해 10건으로 올랐다.

한 해 자살 시도가 30건 내외였던 반포대교, 동작대교도 지난해에는 각각 68건, 64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자살 시도가 늘긴 했지만 다행히 구조자와 생존구조율도 함께 증가했다. 구조자가 늘면서 생존구조율은 99.6%까지 올라섰다.

극단적인 생각으로 한강다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데에는 젊은 층 자살률 자체가 늘어난 탓이 크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10~30대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었다. 실제로 한강다리에 설치된 생명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상담자 중 20대 이하가 5457건으로, 61%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32.8%였고, 미성년자 상담 건수는 29.1%로 뒤를 이었다. 자살 사망자 중에서 20대 비중은 56.7%로 과반을 넘었고, 10대는 43.7%, 30대는 40.6%에 이르렀다.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 수를 뜻하는 자살 사망률은 2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11.2명의 2배가 넘었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위해 마포대교에 간 사람도 늘었다. 2020년 125건으로 잠시 주춤하던 마포대교 자살 구조출동 건수는 2021년 181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55건으로, 처음으로 200건을 넘었다.

투신 시도를 막기 위해 서울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포대교, 한강대교에 이어 자살 시도가 늘었던 한남대교, 양화대교, 잠실대교 난간을 높일 예정이다. 마포대교는 이전부터 육상 부분에 사람이 오르기 어렵도록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회전형 난간을 설치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65~1.7m까지 난간을 높일 예정”이라며 “다만 대교 특성에 따라 특수시설을 설치하거나 하는 식으로 투신을 막으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살 시도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강다리를 수리하는 것보다 더 포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자살예방기구를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는 올해 첫 특별위원회로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범정부적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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