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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리·오아시스 몰렸던 돈, 다시 백화점·마트로
신세계 2000억 모집에 1조6950억
롯데·이마트 등 회사채에 뭉칫돈
코로나 특수 누렸던 신생 이커머스
신규투자 외면에 상장 연기까지
국내 백화점 3사 점포들. 왼쪽부터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각사 제공]

백화점·대형마트인 전통 유통 강자와 컬리·오아시스 등 신생 유통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초 공모 회사채 시장의 초강세 흐름이 2월에도 이어지면서 전통 유통 기업인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이 발행한 회사채에 예정액을 뛰어넘는 자금이 몰렸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누린 특수로 빠르게 사세를 키운 신생 이커머스는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서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3000억원 규모로 확대, 확정 공시했다. 수요 예측 참여에서 무려 7500억원이 몰리면서다. 이마트는 2000억원 모집에 1조175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수요 예측 흥행에 회사채 발행금액을 3900억원으로 확대했을 정도다. 신세계는 2000억원 모집에 1조6950억원의 뭉칫돈이 쏟아졌다.

반면 전통 유통기업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금 조달에 나선 신생 유통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기업가치가 4조원에 육박할 만큼 시장의 관심을 받은 컬리는 상장을 연기했다. 기업가치 1조원을 바라본 오아시스도 부진한 수요 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했다. 11번가와 SSG닷컴도 당장은 상장 절차에 속도를 내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전통 유통기업과 신생 유통업체 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실탄’ 차별화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속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점에서, 소비 심리 위축이 전통 유통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대만큼 현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신생 이커머스의 시장 점유율 수준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제조사와 협상력 축소를 걱정했던 전통 유통기업이 다시금 반등할 수 있는 시기”라며 “특히 그간 대형마트는 적자 부담에도 온라인 사업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협상력이 강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수익성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지난 3년간 전통 유통업체들의 협상력은 꾸준히 축소됐다. 대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신 패션 버티컬 이커머스에 입점하는 것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됐을 정도다. 이에 백화점은 인기 온라인 유통 브랜드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전략을 180도 뒤바꿔야 했다.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타격은 특히 컸다. 이마트·롯데쇼핑·GS리테일이 이커머스에 집중해야만 했던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와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커머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주력했어야만 했다”며 “다만 지난해 말부터 이커머스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우선순위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와 협상력이 확대되는 시기에 무리하게 이커머스 사업 적자를 일으키면서 외형을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 결과라는 것이다.

‘반전’은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 이커머스사업부의 적자 폭은 점차 줄었다. SSG닷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219억원으로 직전 분기(231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G마켓도 같은 기간 손실 규모가 149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연구원은 “올해는 이마트의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장 유통사에 납품하는 제조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공개를 요청한 신생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바잉 파워가 코로나19 때보다 약해지다 보니 상품기획(MD) 부문에서 고민이 많다. 기존 납품 제조사가 상품 단가 인상을 요청하거나, 납품 수량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특화된 식자재를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유통하는 방안 등 차별화된 활로 뚫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신생 이커머스기업에 상품을 납품한 제조사가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회생 절차에 들어간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보고플레이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업체 615곳에 달한다. 미정산 대금은 336억원에 육박한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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