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제발 꺼내 주세요” 아우성…생지옥 속 신생아 탄생 기적도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서 출산 아이만 생존
숨진 가족 발견하고 오열하는 모습도 전파
숨소리 듣기 방해될라 간절한 침묵 요구
한 중년 남성이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다가 들것에 실려 구조되고 있다. [AFP]

“제발 꺼내 주세요. 저랑 동생을 꺼내 주시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잔해 밑에 깔려 17시간 동안 어린 동생을 지킨 소녀가 있는가 하면 붕괴된 건물에서 신생아가 태어났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 등 안타까운 소식도 무수히 전해지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기자가 오후 8시30분쯤 트위터를 통해 “어린 자매가 잔해 밑에서 17시간을 보냈다”며 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 소녀가 잔해 밑에 깔려 동생을 품에 안고 “제발 꺼내 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담겨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샀다. 다행히 이 아이들은 구출돼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피해 현장에서 출생 직후 극적으로 구출된 신생아가 이튿날 시리아 알레포의 한 병원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다. 이 아기의 어머니는 지진으로 사망했다. [AP]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구조 사례는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9초짜리 구조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굴착기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아기를 안아 들고는 황급히 뛰어나온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아이를 덮어줄 용도로 보이는 모포를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시리아 알레포주(州) 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하니 마루프는 “진데리스에서 구조된 신생아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아이는 전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이 아이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다. 마루프는 아이 상태로 미루어 볼 때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발견 당시 아이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여서 구조 직후 인근에 있던 여성이 탯줄을 끊었다. 병원에 도착해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튀르키예 남동부의 카라만마라슈 지역에서도 건물 잔해 밑에서 가까스로 생존해 스스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보도됐다.

‘하얀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간 구조대가 반군 점령지인 이들리브에서 사상자를 폐허 속에서 꺼내고 있다. [AFP]

‘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도 7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어린이를 구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민병대원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린 소년의 발을 목격하곤 구조에 착수했다. 대원들은 구조를 방해하는 철근을 잘라 잔해 속에서 소년을 꺼냈다. 소년은 응급 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잔해 속에서 숨진 가족을 뒤늦게 끌어 올리고 오열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레포주에서 한 아버지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구조요원들과 함께 맨손으로 걷어내며 깔린 아기를 찾아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빨간 모포에 싼 아이를 건네받은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부인과 함께 무너진 건물 안에 있다가 혼자 빠져나온 남성의 사연도 눈물을 자아냈다. 이브라힘이라는 이 남성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아내가 내 밑으로 깔렸다. 한참동안 아내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세 시간쯤 지나 내가 탈출할 작은 공간을 찾아냈지만, 아내는 아무런 반응 없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아직도 아내가 그곳에 갇혀 있느냐고 묻자 “아마도 아내는 살아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넘도록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은 건물 잔해 주변으로 몰려들어 구조대원들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소리없는 절규를 하고 있다. 아래 깔린 사람들의 구조 요청, 신음이나 숨소리라도 들으려면 아주 작은 소음조차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이를 ‘침묵의 수색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피해 현장에선 구조대원들이 몰려든 사람들에게 수시로 조용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