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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이준석’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이런정치]
윤핵관,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순서대로 공격
전당대회 ‘이준석 트라우마’…“이번 기회에 흔적 지워야”
안철수도 무너질까…“향후 일주일 간 여론조사 중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허은아 의원의 '정치를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김기현 의원을 엄호하는 당내 ‘윤핵관’ 의원들의 발언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을 결국 불출마케 한 친윤계 의원들은 유승민 전 의원까지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김 의원이 안철수 의원보다 지지율이 낮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자 이번엔 안 의원 주저 앉히기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친윤계 단일대오에 대한 반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전체가 ‘비윤계 솎아내기’에만 계속 몰두한다면 ‘이준석 지우기’는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나경원·안철수 전에 ‘이준석’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핵관의 ‘반대편 주저 앉히기’는 지속되어왔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공격받기 전,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의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행, 당 혁신위원회 설치 등을 놓고 ‘육모방망이’, ‘개솔’ 등 날 선 발언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이철규 의원과는 ‘양두구육’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당 윤리위로부터 두 차례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 윤리위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10월엔 ‘당원권 1년 정지’ 추가 징계까지 결정했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당론을 위반했다고 봤다. 앞서 국민의힘은 친윤계 최고위원의 잇따른 사퇴로 당을 ‘비상상황’이라고 보고 비대위로 전환했지만, 이 전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일부 인용해 무산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헌까지 개정해 비대위 전환의 정당성을 마련한 뒤 새 비대위를 구성했다.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으로 윤 대통령과 당을 비난한 것도 징계 이유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당내 친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 전 대표를 징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자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현직 당대표에 대한 징계 안건이 윤리위에 정식으로 회부된 것은 보수 정당을 통틀어 최초였을 뿐 아니라 의혹만으로 윤리위를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윤리위에 회부된 김성태 전 의원은 ‘KT 채용청탁’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염동열 전 의원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상태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김기현 앞 친윤계 단일대오…‘제2의 이준석’ 막아라

‘윤핵관’이 ‘제2의 이준석’을 찾아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전당대회 룰 변경’ 때였다. 당시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 20여년 간 ‘당원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였던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자 당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압도적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이 ‘이준석 트라우마’를 스스로 입증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목표가 ‘이준석 지우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며 “이 전 대표 때문에 올 한해 내내 고역을 치렀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제2의 이준석’이 된 유 전 의원은 끝내 지난달 31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음 공격대상은 당 중진인 나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 하락 이후 나 전 의원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자, 친윤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 친윤계 만류에도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퇴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암시하고 자신의 해임은 ‘윤 대통령의 뜻이 아닌 윤핵관의 뜻’이라는 취지로 발언하자 윤핵관은 나 전 의원에 공세를 퍼부었다.

이철규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비공개로 만나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초선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정재 의원도 SBS에 출연해 “정부와 반해서 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은 예전에 했던 ‘유승민의 길’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핵관’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1위’에서 2주 만에 ‘반윤 우두머리’가 된 나 전 의원의 결말 역시 ‘불출마’였다.

나 전 의원까지 윤핵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당내에선 비판이 일었다. 중진의원은 “친윤계 몇몇 의원들이 최근 나 전 의원에게 전화해 당대표 선거 출마를 만류했다”며 “대놓고 왕따시키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왼쪽),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연합]
안철수, 이준석·나경원 유승민의 길 걷나…“향후 일주일 간 여론조사 중요”

‘윤핵관’의 다음 타깃은 안 의원이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안 의원은 인수위 당시 연락도 없이 업무를 포기한 적 있다”며 “막중한 인수위원장 직무를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연락도 없이 방기하는 분이 당대표가 됐을 때, 우리는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불과 6~7년 전에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이는 20대 총선 패배 원인이라고 평가받는 지난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옥새 파동’과 안 의원의 행동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대선 이후 안 의원의 행태를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한 분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서 당을 운영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실 수도 있다”며 안 의원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당내에선 향후 일주일 간 여론조사가 안 의원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 룰이 바뀌고 여론조사 기관에서 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 집중하게 된 지 2주 만에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고 이게 유 전 의원의 불출마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나 전 의원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지 2주 만에 ‘반윤 대표’가 됐고, 이 의원이 안 의원에 대한 평가를 윤 대통령과 엮어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지율 상승세인 안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추이가 꺾이는 순간, 안 의원도 ‘제2의 나경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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