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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모르는 교보생명-어피너티 풋옵션 분쟁…상고심 간다
2심도 안진·어피너티 임직원들에 무죄 선고
교보생명 측 “부적절한 공모 증거 부족 반영”
검찰 상고 통해 대법원 판단 받아볼 듯
금융지주사 전환·IPO 추진 의지 강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법원이 2심까지 간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공방’에서 또다시 어피너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교보생명 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 평가 과정에서 부정한 공모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상고심을 통해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는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임직원 3명과 어피너티 임직원 2명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회계사의 가치평가 업무가 어퍼니티 컨소시엄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교보생명은 특히 이번 재판 결과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산출한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주당 41만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제상사중재 판정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1만원에 주식을 매수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다수의 공모정황과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 주당 41만원 풋옵션 행사가 과하다...10년 악연 시작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 갈등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이 매각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들인 재무적투자자(FI)다. 어피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양측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는 대신 3년 안에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IPO가 불발될 경우 풋옵션(특정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이후 IPO가 미뤄지자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월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러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시장에서 예상하던 공모가가 주당 20만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는 주당 18만~21만원(크레디스위스)에서 24만~28만원(NH투자증권) 수준이었는데 어피니티는 이 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공정시장가치(FMV)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풋옵션 행사일이 2018년 10월 23일인데도, FMV를 2018년 6월 30일 기준으로 산출해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딜로이트안진이 특별히 어피너티 측에 유리한 시장가치 평가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국제상업회의소(ICC)는 2021년 9월 신 회장이 어피너티 측이 책정한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또 주주 간 계약에도 신 회장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에는 FMV 결정 방식과 관련해 양측에서 평가하고 제시한 FMV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이 FMV가 되고, 차이가 10% 이상이면 어피너티가 제시한 3곳의 평가기관 중 한 곳을 신 회장이 선택해 그 기관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금융지주사 전환·IPO추진할 것...상장 통해 시장가치 재산정

시장에선 현재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41만원으로 평가할 순 없다고 본다. 생명보험 시장이 위축된 데다가 국내 상장 생보사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교보생명과 함께 생보업계 빅 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15만~18만 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재산정 받고 싶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풋옵션 가격 산정이 시장의 평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IPO 추진 정상화를 위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어피너티 측은 “이번 판결로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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