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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히 돈 뺐나”…증시 ‘상저하고’ 전망 무색, 경기 침체는?
코스피·코스닥 상승률 2년만에 최고, 외인 덕
“주식이 오를 줄이야”, 박스권 강세 전망도
‘경기 침체’ 상반기냐 하반기냐…엇갈리는 ‘경기 전망’

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 상승한 2,480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5.37포인트(0.62%) 오른 2,484.0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31포인트(0.31%) 오른 741.25로 거래를 마쳤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새해 주식시장이 ‘상저하고’(상반기 약세·하반기 강세) 양상을 보일 것이라던 증권사들의 전망이 무색해지고 있다. 연초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주식시장 전망이 엇나가면서 ‘경기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대체로 경기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하반기에 더 나빠져 본격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전망 엇나간 연초 상승, 금리 정점론·외인 저가 매수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2,484.02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말보다 11.07%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 기준 14.29%를 기록했던 2020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코스피 월간 상승률이 10% 이상이었던 때는 2020년 4월(10.99%)과 11월, 12월(10.88%)뿐이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긴축, 유동성 축소 등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1월(-10.55%)과 6월(-13.15%), 9월(-12.80%)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7일 741.25로 장을 마치며 지난해 말 대비 9.12% 올랐다. 역시 월간 상승률 기준 2020년 12월(9.28%)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폭이다.

최근 5년간 코스닥지수가 9% 넘게 올랐던 것은 2018년 1월(14.42%), 2020년 4월(13.37%)과 5월(10.61%), 7월(10.47%), 11월(11.79%), 12월 등 여섯 차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에 따라 성장주와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지수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1월(-15.58%)과 6월(-16.55%), 9월(-16.65%)에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각각 9.55%, 6.88% 내렸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새해 반등한 것은 조만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통상 해가 바뀌면 특별한 호재 없이도 주가가 상승하는 ‘1월 효과’가 작년에는 힘을 쓰지 못했지만, 올해는 정책 기대감과 맞물려 날개를 펴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해서 수급을 지지하면서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새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총 6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총 18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지난 10일(22억원 순매도) 하루뿐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연초 30.82%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 27일 기준 31.85%로 올랐다. 지난해 초 32%를 웃돌았던 외국인의 코스피 비중은 같은 해 9월 30.3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던 부분에 대한 저가 매수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큰 폭의 상승세가 연출됐다”며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저하고’ 흔들, 경기 전망에도 영향?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을 약세로 점쳤던 전망이 힘을 잃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해 재테크 전략과 관련해 주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를 보면 과도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진정 등 경기 연착륙의 희망이 보인다"며 3개월 전망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특히 중국 경제활동 재개를 고려해 유럽과 중국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다만 본격적인 ‘강세장 시작’이라는 해석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증시 변동성이 여전하므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반등과 미세 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연초 주식시장의 반등은 올해 경기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관마다 경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리·물가·부동산 등에 짓눌린 국내 소비, 중국 등 글로벌 수요의 회복 강도나 속도에 대한 예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 ‘상저하고’ 경기를 전망 중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 추정치(2% 안팎)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8%포인트(p)나 높은 2.1%에 이르면서, 연간 성장률을 1.7%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상저하고' 예측의 근거에 대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상품 수출 증가세도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11월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고 진단한 만큼 다음 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겠지만, ‘상저하고’ 시나리오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6일 작년 4분기 역성장(-0.4%)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우리 경제는 주요국 경기둔화 정도, 방역 완화 이후 중국경제 회복 속도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종합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6%를 제시한 정부의 시각 역시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경기침체론, “정부·한은 해외 요인에만 집중해 낙관”

한은과 정부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LG경영연구원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1.4%) 자체가 한은(1.7%)이나 정부(1.6%)보다 낮을 뿐 아니라, 흐름 역시 ‘상고하저’를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1.3%)이 상반기(1.6%)보다 0.3%포인트나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데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를 억누르면서 내수 반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G경영연구원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2.2%로 떨어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 2.7%까지 높아지는데 그칠 전망”이라며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되고 있지만, 고물가 부담이 여전해 각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하 등 적극적 통화정책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한국 경제는 상고하저 흐름 속에 성장률이 1.4%로 낮아지고, 수출 증가율은 0%대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길어질 것”이라며 “펜트 업 소비(지연·보복 소비) 효과가 끝난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 소비도 코로나 이전 추세에 근접했고, 임금보다 물가가 크게 오르고 고용은 위축되면서 소비 부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 경제가 아예 0.6%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노무라증권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개선되기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하반기 성장률(-0.7%)이 상반기(-0.5%)보다 0.2%포인트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국내 소비의 냉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나 정부의 경제 전망이 지나치게 해외 요인에만 집중돼있다”며 “국내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둔화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기 흐름을 너무 낙관하지 말고 정책 대응을 서둘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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