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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난방비 폭탄’속 30년 온돌연구 외길 ‘괴짜사장’
나노수증기 발열시스템 개발 난방비 70% 절감
온돌라이프, 히트파이프 등 국내외 특허 30건
3년전 대형화재 위기…제품 믿은 고객 선주문
유기견 돌보고 강원도 산불때 편백구들도 기부
[영상]편백온돌 구들 온도 테스팅. 초전도 발열시스템 특허기술이 들어간 히트파이프로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도시가스, 전기요금, 내복, 연탄.

역대급 한파에 난방비가 치솟으면서 현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 키워드다.

두배나 오른 관리비 공포는 이미 현실이 됐다. 도시가스와 등유값이 부담이 돼 거실난방을 연탄보일러로 바꾼 사례도 있다. 오죽했으면 설날 밥상머리 화두마저 난방비가 됐겠는가?

난방비 사태는 고물가 등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집에서도 내복과 패딩을 입고 한푼이라도 난방비를 줄이려는 생존 노하우가 인기를 얻는 이유다.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제가 1992년에 전남대 발명동아리 회장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온돌에 빠져 있었거든요.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전자파 없는 편백 온돌구들을 만든 배경입니다”

28일 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에 있는 온돌라이프(대표 박명숙) 기술연구소를 찾았다. 2006년 문을 연 이 회사는 히트파이프 방식의 편백구들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70% 가량 난방비를 절감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양 이사는 30년전부터 히트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시스템 연구를 시작했다. 전기를 사용하지만 전자파가 없는 온돌난방시스템이다. 서인주 기자

“추우시죠. 일단 아랫목에서 몸 좀 녹이세요”

덥수룩한 머리에 공상만화속 주인공 같은 양철훈 기술이사는 온돌구들이 깔린 테스트베드로 기자를 안내했다. 시골집 안방 같은 이곳에는 자체 개발한 편백온돌구들이 깔려있다. 이곳은 필드테스트를 위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다. 한달내내 사용해도 전기요금은 몇만원 수준이다.

실제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난방비를 70% 가량 줄였다는 고객 사연이 실려 있었다. 28평 기준 태양광 6kw 연동시 한달 전기요금이 2만8000원이 나온 경우도 있다.

아랫목에 들어가 누워보니 40도의 따뜻한 온기와 편백에서 나오는 기분좋은 냄새에 잠이 몰려왔다. 이날 광주는 영하 4도로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이불속은 뜨거웠다.

양 이사는 30년전부터 히트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시스템 연구를 시작했다. 전기를 사용하지만 전자파가 없는 온돌난방시스템이다. 현재 부부가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데 박 대표가 경영을, 양 이사가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양철훈 이사가 편백온돌구들 테스트베드에서 온도측정기로 테스팅을 진행중이다. 서인주

핵심 기술은 히트파이프.

동파이프에 액체를 넣고 진공상태를 만들어 열 전달속도를 일반 구리보다 1만배 가량 끌어 올렸다. 히트파이프 끝부분에 히터를 부착시키면 금세 뜨거워진다. 실제 뜨거운 물을 히트파이프에 넣으면 1분이 채 안 돼 열기가 전체로 전달됐다.

히트파이프 주변과 알루미늄 케이스 사이에는 황토가 분말로 채워져 있다. 장작불의 열기가 고래를 타고 구들장을 데우는 한국 전통의 온돌 원리를 재현한 것이다.

“황토가 데워질 때까지만 전기가 들어가요. 황토의 축열성 때문에 잘 식지 않고 온도를 유지하다가 황토가 식으면 그때 약간의 전기만 소모됩니다. 난방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원리죠”

이사는 “전기온풍기의 5% 미만의 전력으로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면서 “한 사람이 누워있는 공간만 데운다면 0.1Kw가 필요한데 한달 내내 40℃ 이상 찜질 온도로 활용해도 전기요금은 1만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2021년 1월과 지난해 4월, 7월, 10월 전기료를 연이어 인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기존보다 kWh당 5원 인상했다. 올해 1분기에는 가정용과 영업용 요금이 9.5% 인상될 예정이어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가스요금도 함께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됐다. 도소매 공급비를 더해 주택용은 15.9%, 음식점 등에 사용되는 영업용1은 16.4%, 목욕탕 등에서 쓰는 영업용2는 17.4%가 각각 올랐다.

연구실에는 50여종이 넘는 각종 특허와 상장들이 있다. 양철훈 이사가 포즈를 취했다. 서인주 기자

연구실에는 50여종이 넘는 각종 특허와 상장들이 있다.

히트파이프 난방시스템을 비롯해 일본난방특허, KC인증, CE인증 등이 눈에 띈다. 친환경에너지와 난방부분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상과 지식경영 대상도 받았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백번 실패를 거듭했고 제품 완성까지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다. 진공관 나노수중기를 이용한 초전도 발열시스템은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황토축열과 자동온도조절히터를 이용해 보일러실이 필요없는 무전자파 전기식 히트파이프가 탄생한 스토리다.

3년전에는 화순 공장에서 누전으로 큰 불이 났다. 준비된 제품과 편백나무가 모두 불에 탔다. 설상가상 화재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최대 위기가 닥치면서 눈앞이 막막해 졌다.

“비용을 선입금 할테니 조금 늦더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세요”

그때 고객들이 믿음과 신뢰를 보내줬다. 그렇게 모인돈이 5000만원이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사실 너무 힘들때였거든요. 계약금으로 생산라인을 재정비하고 인천 제조공장 등을 구축하면서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반드시 좋은 제품으로 보답해야겠구나라는 다짐도 하게 됐어요”

양 이사는 “기후위기와 최강 한파로 가스값, 기름값이 올라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현재진행형” 이라며 “온수 보일러 난방은 물을 데워 바닥전체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수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난방비가 사회이슈가 되면서 고객문의가 늘고 있는데 호주 등 해외반응도 우호적”이라며 “다음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에도 참석한다”고 귀띔했다.

온돌라이프는 5년전 유기견 ‘밀키’를 입양해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지금은 회사의 마스코트가 됐다.

온돌라이프는 5년전 유기견 ‘밀키’를 입양해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지금은 회사의 마스코트가 됐다. 택배 기사님들에게도 커피와 음료를 전하고 있다. 강원도 산불사태때에는 추위에 떨고 있는 피해주민들에게 3000만원 상당의 발구들을 기부했다. 일부 재활원 등에도 편백구들을 지원했다.

따뜻한 기술을 만드는 회사의 또다른 따뜻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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