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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섣부른 ‘승리선언’을 경계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시장은 안도했고,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5%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6.2%)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또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이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낮아졌다. 특히 12월 물가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 하락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여러모로 볼 때 미국의 물가 하락세는 완연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매(금리인상 기조 유지)’에서 ‘비둘기(금리인상 기조 완화)’로 변신할 것인지에 쏠린다.

그러나 물가 2%대를 목표로 하는 연준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연준이 이달 초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가운데 2023년 중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없었다. 또 이들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00∼5.25%로, 현재(4.25~4.50%)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여러 정황상 다음달 1일 FOMC 정례회의에서도 금리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CPI를 고려할 때 그 폭은 빅스텝(0.50%포인트)이 아닌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과 보조를 맞춰야 할 한국은행은 13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렸다. 예상됐던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7차례 연속 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다음달 연준이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가 유지된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한국의 최종금리는 대개 3.50%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미국은 5.25%다. 물론 한은이 가이던스를 3.75%로 제시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1.50%포인트의 격차가 생긴다. 이는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폭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 원화가치 하락(달러/원 환율 상승)을 또다시 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이제 연준이 승리를 선언하고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섣부른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에도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리고 경제를 둔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기꺼이 총대를 멨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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