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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여전히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UCLA 지리학과 교수)가 그 유명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로 퓰리처상을 받은 게 26년 전이다. 인류 문명사를 통찰해낸 역작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5년 국내 출간 이후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도 필독서로 꼽힌다.

암울한 2023년을 맞으며 다시 ‘총, 균, 쇠’를 떠올린다.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어서다(※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문명을 ‘시공간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해 문명 간 불균형 원인을 인종적 우위가 아니라 지리적 우위에서 찾고, ‘총, 균, 쇠’라는 상징적 단어로 규정지었다. ‘총, 균, 쇠’는 각각 전쟁, 전염병, 경제력을 상징한다. 본 칼럼에서는 현재 전 세계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논하기 위해 ‘총, 균, 쇠’라는 상징만 차용했음을 밝힌다).

# 총(전쟁)= ‘전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를 지배하는 키워드다.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종전은 희망사항일 뿐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반도처럼 장기 분쟁지역으로 남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한국에 첨예한 관심사다. 지정학적으로 한국도 직접 연루되거나 영향받을 가능성이 커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접수하면 미국은 국제적 동맹전선에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일본은 대만이라는 완충지를 잃게 되기에 역시 민감하다. 여기에 일본의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등 ‘총’의 위협은 2023년에도 세계를 짓누를 것이다.

# 균(전염병)=코로나19는 만 3년째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진앙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말 방역 조치를 풀면서 재유행의 방아쇠가 됐다. 중국 내 감염자가 6억5000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비교해보시라. 중국 인구 14억명, 3년간 전 세계 감염자 수 6억5000만명). 이 와중에 대이동이 예상되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가 오는 21일부터 시작된다. 각국은 중국인 유입을 차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까지 풀려던 우리 질병당국도 ‘예의주시’로 태도를 바꿨다. 감염 정도, 변이 바이러스 여부 등 중국 내 감염 상황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 있어 경우에 따라 3년 전처럼 원점에서 다시 방역 대응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 쇠(경제력)=전 세계 공급망 붕괴를 야기한 미-중 패권다툼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칩4(미국 일본 대만 한국)와 중국이 정면 충돌하는 반도체 대전은 G2 전쟁의 단면이다. ‘총’과 ‘균’ 여파 속에 경제 여건은 고물가·고금리 국면으로 급속히 악화됐다. 올해 경기침체는 상수(常數)다. 타격은 개발도상국이 더 커 올해 개발도상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또 기업과 개인의 부채위기와 더불어 부동산 폭락 여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인류는 참 오랫동안 ‘총·균·쇠’의 굴레에 빠져 있다. 형태만 달리할 뿐 여전히 전쟁, 전염병, 경제력의 영향 속에서 굴러가고 있다. “변화가 없다면 2050년에 인류 문명은 붕괴할 것”이라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경고는 그래서 암울하고, 섬뜩하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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