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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혜원의 현장에서] 위로 아닌 조롱에 우는 ‘빌라왕’피해자들

잇따른 전세사기 피해 소식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를 향한 위로의 말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예방 상담처를 공유하는 이가 있는 반면 피해자를 조롱·비난하며 두 번 울게 하는 이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 기사 댓글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네 탓’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의 예방 시스템 미비를 비판하는 이들과 피해자들의 무지를 탓하는 이들의 거친 말이 오간다.

그러나 피해를 당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함부로 가늠할 수 없다. 누군가는 미래 계획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렸고, 누군가는 생이 달린 문제일 것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당장 생업이 달린 이들에겐 ‘검토 중’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지난 10일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2차 설명회에서 정부 측의 ‘검토하겠다’는 반복된 반응에 ‘이런 얘기를 듣자고 연차 쓰고 온 게 아니다’ ‘이미 나온 얘기들만 하고 있다’ 등 피해자들의 고성이 나온 이유일 테다.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중 약 70%가 20·30대다. 30대가 50.9%로 가장 많았고, 20대 17.9%, 40대 11.3% 등이었다. 피해자 대다수가 청년, 신혼부부인 셈이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때문에 이른바 ‘빌라왕’들의 타깃이 됐다.

2차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 대부분도 2030세대였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시세 조작이 가능했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3명 정도 의기투합하면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도록 국가가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경험이 적은 게 죄는 아니다. 관련 지식에 무지했던 것도 죄가 아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의 화살은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에 불과하지만 굳이 그 화살을 날려야만 한다면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아닌 사기를 ‘친’ 가해자를 향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없었다면 고통을 받고 우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혹자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다수가 2030세대라는 기사에 피해자를 탓하는 댓글들이 이어지자 ‘청년들 잘 모르고 사회생활 첫 경험에 많이 힘들텐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걸 두고 댓글들 참 야박하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보증이 필요한 임차인들을 100%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보증이 필요한 임차인들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100%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2차 설명회에서 ”정부에서는 전세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위해 주거안정 등 범정부적 노력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를 이끄는 이들의 말이 피해자에게 공허한 말로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구제책 뿐 아니라 비슷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책 또한 철저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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