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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교육개혁과 교육부 장관의 책무

대통령은 새해 화두로 3대 개혁을 천명했다. 노동과 연금, 교육개혁이다. 지금 그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개혁에는 당위성에 따른 규범적 검토와 현장의 실증적 검토가 같이 진행돼야 성공한다는 점이다.

흔히 개혁의 논의에서는 당위성만을 내세운다. 이를 통해 개혁의 시동을 걸고 의도대로 개혁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개혁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규범적 방향성을 가지는지,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부작용을 없애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검토가 없다면 개혁은 개악이 될 수도,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탁상공론, 실패한 개혁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정부들 역시 각종 개혁을 내세웠고, 교육, 연금, 노동 관련 개혁을 시도했지만 많은 경우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했더라면 지금 새삼스럽게 개혁의 당위성을 선전할 필요가 없다.

우선 교육개혁이 그렇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규제를 풀고 교육부가 ‘경제부처처럼’ 일하는 것과 교육부 장관이 언급한, 교육 현장의 자율성 강화는 모두 개혁의 실증적 요구에 대한 강조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교육은 규범적 요구와 실증적 요구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 대표적 분야다. 교육을 통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 하는 요구에는 어떤 인간이 훌륭한 인간인가 하는 규범적 문제와 어떤 인간이 현실에서 필요한 인간인가 하는 실증적 문제가 교차하고 있다. 전자에 치중하면 인문과 인성 교육이, 후자에 무게를 두면 실용과 직업교육이 중요하게 된다. 국가교육의 방향성과 정부의 교육정책은 여기서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좋은 교육이란 이 둘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교육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만약 그 균형이 깨지면 교육은 규범적 문제도 실증적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교육개혁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실천해야만 성공을 거둔다.

정부가 외치는 교육개혁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다소 약해 보인다. 사실상 역대 정부가 대체로 그랬다. 대통령과 교육부 수장은 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미래의 산업지형도에 맞춘 인재의 양성이나 디지털역량과 그와 유관한 창의력의 강화라는 목표는 결코 그 자체로 달성될 수 없다. 이른바 ‘미래 휴머니티’라는 규범적 방향성이 동시에 추구되고, 그것이 교육 현장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교육부의 임무는 그것을 연구·지원하는 한편 점검하고 감독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학교를 통제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단기적 필요에 따라 규범적 요구를 무시하는지, 현실적 요구가 규범적 방향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감독하라는 것이다.

교육자율성의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 현장의 자율성에서도 규범적 방향성과 실증적 요구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교육부는 그것을 지원해야 하며, 교육 현장에 부여한 자율성이 학교에서 실천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 이를 테면 대학에 부여한 자율성이 정작 대학 내에서는 자의적인 학문 구조조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지 현장 점검을 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그 책임이 있다.

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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