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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대착오적 불체포특권, 언제까지 봐야 하나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169석의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이 단일대오(반대 161표)로 결집한 결과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이 일 것을 알면서도 정적 제거와 야당 탄압에 동원된 정치검찰의 편파적 기획수사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 하겠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의혹 등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곧 닥칠 일이어서 일관된 입장을 보여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노 의원은 “검찰이 만든 작품”이라며 ‘기획수사의 억울한 희생양’임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제시한 증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 (노 의원은)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했다.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지 않는 장관이 이처럼 조목조목 증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피의 사실 유포 논란을 불사하면서까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진실규명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영국에서 명예혁명에 성공한 의원들이 국왕의 경찰권으로부터 자신들의 신변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왕권국가나 전제주의 시대에는 국회의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실상 입법권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필요했다. 국내에서는 독재 군사정권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보편화하고 삼권분립이 확립된 시대에 국회의원에게만 회기 내 불체포특권을 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구나 뇌물이나 횡령 같은 파렴치한 범죄 피의자를 놓고 국회나 정당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거나 방탄막을 치는 것은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여야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폭 제한, 비리혐의자 불체포특권 배제 등을 약속했다. 실제 관련 법을 발의한 것도 여러 차례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도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용두사미였다. 4년마다 식언이 반복되고 있다.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나서서라도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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