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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하다...美中 기상도, 내년에 ‘더 흐림’ [어떻게 보십니까 2023]
정상회담에도 패권 경쟁 전방위에서 격화
對中 초강경 모드, 공화당 우위 하원 주도
2024년 대선 앞두고 더 높은 제재 나올듯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내년에도 살얼음판을 걸으며 국제 사회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해 “전임 트럼프 대통령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의 반중(反中) 기조를 이어가며 ‘미중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올해는 경제와 기술, 인권문제 등 전방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된 해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와 함께 자국 생산을 장려하는 법안을 쏟아내며 국가 안보 수호와 기술 패권 장악을 동시에 꾀했다. 정치 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1년 동안 바이든식 외교 정책의 우선 순위는 중국의 권력을 빼앗는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이 양국 갈등 해결의 첫 단추가 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고 양국간 힘 겨루기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만 더 커졌다. 미중 갈등은 결국 내년에도 계속되며 국제 정세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장기적으로는 미중 관계의 예측불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우선 미국 내 정치권력 구도를 볼때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하원 주도권이 민주당에서 대중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공화당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을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한 것도 트럼프 전 정부와 공화당이었다.

특히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만큼 표심 결집을 위해 공화당이 민주당 이상의 ‘선명한’ 대중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엇을 다루든지 간에 공화당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더 우파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하원 주도권을 앞세워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과 경제, 기술 경쟁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중국에 대한 더 높은 제재를 강요할 것이고 이는 미중 관계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회 주도권 변화 이후 미중 양국이 가장 먼저 격돌할 지점으로 ‘대만 문제’가 거론된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공화당 캐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냉하게된 결정적 계기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카시 원내대표의 대만 방문은 미중 갈등이 더욱 노골화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전개,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바 있다.

우신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선례를 만들었다”면서 “매카시 원내대표의 방문은 미중 관계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3일 5년에 걸쳐 대만에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융자 형식으로 지원해 미국산 무기 구입에 사용토록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수권법(NDAA)에 서명했다. 미국이 대만을 사실상 ‘동맹국’으로 대우하며 대중 견제를 높인 것이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올들어 가장 많은 71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른바 ‘기술 전쟁’은 사실상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출 통제’를 이용해 중국 기술 산업의 확장을 억제하고, 동시에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생산을 자국 내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술 공급망 강화에 집중해왔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총 28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 과학법’과 중국을 전기차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국은 지난 10월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치명타를 안겼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의 규제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구매 능력은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됐다”면서 “중국은 여전히 기술 규제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미국의 대응은 ‘반중 전선’을 강화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동맹들이 협력해주지 않는다면 기술 견제 노력이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은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나 램 리서치 등에서 첨단 장비를 더이상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나 네덜란드 ASML 등을 통해 반도체 장비 수급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달 중순 미국과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룬 상태다.

미중 갈등 속에 국제 사회 분열은 내년들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외교적 보폭을 늘리면서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링셩리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은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 동맹을 통해 ‘높은 울타리가 있는 작은 마당’을 형성하고 싶어한다”면서 “최대한 동맹을 동원해 중국 견제용 비즈니스 협력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이렇다할 반격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양국의 기술 전쟁이 일방적으로 전개될 공산도 크다. 더군다나 중국 정부가 시진핑 집권 3기에 접어들며 실용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전쟁 등 미국과의 각종 패권 경쟁에 접근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류장용 칭화대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오판과 불필요한 국제적 긴장과 갈등을 이제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중국 외교가 고려해야할 문제”라면서 “시 주석은 세계 무대를 자신에게 덜 적대적으로 만들고, 동시에 중국이 사회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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