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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OCI, 군산공장에 데이터센터 투자 검토…이우현 부회장 “땅·전력 등 인프라 충분”
이우현 OCI 부회장 헤럴드경제 인터뷰
‘화학공장→데이터센터’ 발상 전환 나서
“인적분할, 기업체질 바꾸는 모멘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OCI가 현재 절반 이상 가동이 멈춰 있는 군산공장을 데이터센터(DC)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지주사 전환으로 신사업 확대에 적극 나선 OCI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OCI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우현 부회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존 군산공장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고객만 있다면 2년 안에라도 현실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화학공장→데이터센터’, 발상 전환 배경은?

데이터센터는 디지털경제 시대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인공지능(AI)·메타버스·클라우드 등의 수요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큰손들도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센터 전진기지’로 지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시류 변화와 함께 군산공장이 가진 기존 인프라가 신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OCI의 군산 1·2·3공장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기준 연산 5만2000t 규모이며, 전체 부지만 50만㎡(약 15만평)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업황 악화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모든 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이 중단됐다. 이후 1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시설로 전환됐지만 나머지 2개 라인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 부회장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일 필요한 게 전기다. 군산공장은 한국과 일본에 있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다 넣을 수 있을 만큼의 부지와 전력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핵심 요소가 쿨링인데 기존 폴리실리콘 공정에서 사용했던 쿨링설비를 그대로 (데이터센터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에서도 작고 오래된 제철소를 헐고 그 자리에 데이터센터가 들어간 사례가 꽤 있다”면서 “이러한 경험을 많이 해왔던 해외 엔지니어링회사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스코프(유효 범위)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해외 고객들을 만나서 유치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 공룡’ 아마존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통신사·e-이커머스사 등이 잠재적인 고객군으로 분류된다.

OCI 군산공장 전경 [OCI 제공]
“인적분할, 지배력 강화보다는 기업체질 바꾸는 모멘텀”

이 부회장은 동양제철화학(OCI그룹의 전신)의 창업자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 경영인이다.

OCI는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화학 부문(베이직케미칼·카본케미칼)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화학 부문을 제외한 도시개발·에너지솔루션 분야와 자회사 관리 등은 존속법인인 OCI홀딩스(OCI에서 사명 변경)가 맡고, 기존 화학 부문을 품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OCI가 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각각 69 대 31이다. 이 안건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할 경우 대주주→OCI홀딩스→OCI의 지배구조가 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다.

이 부회장은 인적분할 결정과 관련해 “저희가 굉장히 성격이 다른 4개의 사업 분야가 있다. 지금까지는 한 회사의 사업부 안에 (4개 분야가) 다 묶여 있었다”면서 “케미칼 전문경영진이 에너지솔루션사업도 보고 도시개발사업도 챙기고, 이렇게 한 군데서 관리하다 보니 적합한 사람을 데려다 놓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자체적으로 바이오사업팀을 꾸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상당수가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지주사 구조를 통해 각 분야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신설법인의 대표이사부터 각 분야 본부장급 등에 대해 외부에서 계속 영입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사에 대해서는 “서비스 분야 전문가인데 아직은 사인을 안 하셔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새 경영진의 프로필이 나오게 되면 (주주분들이) 조금은 더 좋게 생각하실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인적분할 결정과 관련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할 목적이었다면 지주사를 3으로 가져가고 사업회사를 7로 가져가는 것이 (지배력 강화에)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신설회사의 밸류(기업가치)가 크면 클수록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주사의 지배력이 훨씬 올라가는데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면서 “두 회사가 워낙 이질적이기 때문에 그렇게(3 대 7 비율) 할 수 없었기도 하고, 또 회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지주사를 더 크게 가져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현 OCI 부회장이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내실 있는 분야에 집중해 네덜란드 ASML처럼 주요 고객사로부터 ‘리스펙트’를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섭 기자
“태양광 업황 내년도 좋을 것, ‘G2 갈등’ 기회이자 위기”

OCI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 3조3437억원, 영업이익 632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매출 50%, 영업이익 55%가 각각 급증했다. 특히 태양광시장 업황이 살아난 것이 실적 반등에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부문은 3분기에서만 영업이익 2010억원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올해 나름 열심히 성과를 내려고 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내년에도 성적이 잘 나오려면 업황도 좋아야겠지만 잘하는 분야와 못 하는 분야의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OCI는 지난 2020년 업황 악화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하는 군산공장(연산 기준 5만2000t)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인수했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공장(연산 3만5000t)이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며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말레이시아로 파견 나간 분들과 국내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분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면서 “현지에서는 코로나 봉쇄로 공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는데 이분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도쿠야마가 운영할 때보다) 생산성이 2~3배 좋아지고 원가도 크게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태양광시장 전망과 관련해 그는 “시황 자체는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향후 5년 동안 최하 연 6%에서 최대 8%까지 해마다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태양광발전 단가가 떨어지고 있어 전 세계에서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그야말로 하루에도 몇백 개씩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친환경 발전은 옛날처럼 정부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드는 전기 자체의 가격경쟁력 자체가 좋아서 시장이 크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단가는 kW당 20원 정도인 반면 한국은 200원 가까이 나온다. OCI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솔루션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시황이 좋더라도 중간중간 힘든 상황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폴리실리콘은 셀(태양전지)을 만들기 위한 태양광용 웨이퍼에 들어가는데 현재 이 시장의 95%를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그는 “중국 업체를 거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태양전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기회는 주어졌는데 여기에서 얼마나 더 쟁취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대론 韓제조업 미래 암울, 주주·고객과 소통 접점 늘릴 것”

이 부회장은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겸임하는 등 외부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 제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법인세 등 한국 대비 투자환경이 긍정적이고 기업친화적”이라면서 “특히 그곳에서는 전기요금을 10년 장기 공급으로 확정 짓는데 제조업을 하는 입장에서 내 원가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당장 내년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규제도 공장을 관리하는 분들로서는 굉장한 부담”이라면서 “원가경쟁을 해외 기업과 하는 제조사로서는 결국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OCI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내년이면 사장 취임 10년째를 맞는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실적이 좋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면서 “새로운 사업을 계속 찾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업에서 최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돼서 각 부문이 큰 걱정 없이 굴러갈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조금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주주·고객과의 소통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요즘 주주와 고객에게 잘하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분들이 저희에게 가장 섭섭한 게 결국 주가일 것 같다”면서 “배터리나 수소를 하겠다고 하면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게 진정으로 주주를 위한 길인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IT회사 같은 제조업회사인 테슬라의 경우처럼 업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저희도 이번에 서비스업에 계신 분을 새로 모시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결국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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