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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은 오늘도 멈춤...“가족에 업무명령서 받지 말라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장 가보니
레미콘 받을 문 굳게 닫힌 현실
시공단 “개시명령에도 변화 없어”
시멘트 운송자들은 “복귀 않겠다”

30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공사 현장. 각종 설비와 레미콘을 받기 위해 열려있어야 할 공사장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공사 작업자는 “레미콘 반입량이 작업이 중단되면서 레미콘 차가 못 들어오니까 문이 계속 닫혀 있다”며 “현재는 다른 작업 위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작업자는 “골조 공사를 빼고 진행하더라도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배선, 창호 등 작업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으나 현재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건물의 뼈대가 올라가는 공사를 하는 현장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정률은 53%, 골조공정은 60% 수준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업무가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멘트 운송 차주들은 업무개시명령서를 받더라도 파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당분간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업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기대감이 적었다. A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업무개시명령을 받아도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화물연대 성명 등을 보면 현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선 별다른 변화가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의왕 ICD의 시멘트 공장들은 작업이 재개되지 않아 수급이 멈췄다. 의왕의 한 시멘트공장 관계자는 “며칠째 출하를 못해 매출이 며칠째 0원인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조치가 취해졌다고 하나 현재 분위기를 보아하니 당분간 계속 이 상태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수도권 레미콘 공장 95%가 가동 중단에 돌입하면서 누적 손실액이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출하에만 문제가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공장에도 큰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멘트 운수종자사들은 업무개시명령서를 피하거나 받더라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에서 시멘트 운송업을 하는 공모(58) 씨는 “명령서를 송달한다는데 가족한테 받지 말라고 했다. 계속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할 경우 업종 변경을 할 것이다”며 “화물기사들이 정부 소속으로 일하는 것도 아닌데 며칠동안 안 한다고 형사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했다.

서울·경기 일대에서 운송업을 하는 이성철(51)씨도 “그동안 정부는 운송기사들을 자영업자로 봤다. 명령 자체가 정당하지가 않다”며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도 물러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운송업계는 시멘트운수종사자들 대부분이 고정된 출근 장소가 없는 만큼 명령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물차 일감을 관리하거나 번호판을 관리하는 시멘트 운송업체들이 느끼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B 운송업체 관계자는 “명령 송달과 별개로 다들 업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며 “화물연대에 소속돼 있지 않은 비조합원조차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안전운임제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는 차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복귀 의사를 밝히는 비조합원도 있었다. C 운송업체 관계자는 “생계가 급박한 일부 운전기사들은 내일부터 파업에 동참 안 하겠다고 한다”면서도 “업무개시명령 소식이 나오고 나서 운전 기사들 분위기가 더 험악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1차 면담에서 화물연대의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일몰제 3년 연장과 품목 확대 불가라는 입장을 이미 정했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면담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김빛나·김영철·유오상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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