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건설사 초비상...철강재·시멘트 막히고 공사장 올스톱
총파업 하루만에 피해 눈덩이
포스코·현대제철, 육송 제품 출하 원천차단
시멘트 물량 95% 출하 차질...190억 피해
한국타이어, 타이어 10만본도 발 묶인 상황
19건 피해접수...정부, 비상대책회의 열어
화물연대 충북지부 노조원 200여 명이 24일 오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출하문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위쪽).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철강 등 건설자재 물류가 모두 올스톱되면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는 골조 공사 마저 중단됐다. 건설사들은 시멘트와 자재 수급 차질로 공기가 연장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둔촌주공아파트의 공사 현장 모습. [연합]

5개월 만에 다시 불거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으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총파업 하루 만에 산업계의 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 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화주사의 애로 사항은 총 19건으로 집계됐다.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 6건 ▷화물 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 10건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 16건(중복 가능) 등이다.

총파업 첫날인 관계로 화주사의 애로 사항 대부분은 우려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호소하는 피해 상황은 더욱 크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철강업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는 육로를 통한 제품 출하가 전면 차단됐다. 포스코는 구체적인 제품 출고 현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을 기준으로 추산해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를 합쳐 약 3만t(톤) 대의 철강 제품을 출하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더 큰 문제는 포항제철소 침수 복구를 위한 설비 반입과 복구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 반출을 위한 화물 차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24일은 총파업 첫날이어서 화물 차량 진입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아 시급한 수요는 해결했지만, 하루하루 차량 투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역시 당진·인천·포항·순천 공장 등 전국 공장을 통틀어 5만t의 제품이 육송으로 출하하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현대제철 측은 최근 임단협 협상 난항을 이유로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던 노조 측과 협의해 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타이어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우 대전공장과 대산공장 두 곳 모두 24일 하루 동안 제품 출하를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직접 공장 정문을 막고 제품 출하를 막았다면, 지금은 대전공장 인근의 대서우체국 방면에서 차량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아직 제품 출하가 막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화물연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 유통까지 막혀 당장 주요 공사 현장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통한 시멘트 출하 예정 물량 20만t 중 실제 출하된 물량은 1만t에 그쳤다. 예정 물량 중 95%가 출하되지 못하면서 예상 피해액은 1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6월 1차 총파업 당시 8일 동안 1061억원 손실을 본 것과 비교할 때 피해 규모가 한층 더 커진 것이다.

시멘트뿐 아니라 철강 등 건설자재 물류가 모두 올스톱되면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골조 공사가 중단되는 등 현장의 피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연초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 여름에는 1차 파업으로 이미 공기가 늦어진 현장이 다수”라며 “이번에 다시 파업이 예고되며 현장에 일부 자재를 미리 확보했지만, 주말이 지나면 다시 공사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형 건설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중소 건설업계 관계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맞다”며 “소규모 사업장은 당장 시멘트를 구할 수 없는데, 자금시장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파업이 길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각 공장 인근 영업본부 직원들은 비상 대기를 하는 가운데 신차 출고 작업에 직원을 투입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와 가전업계 역시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기업계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행위를 비판하며, 신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이노비즈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10개 중소기업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가 엄중한 경제상황에도 대화와 협력을 저버리고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하루빨리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전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비상회의에서는 운송거부 돌입에 대비해 생산제품 조기 출하, 공장 내외 적재공간 확대, 대체 운송수단 확보 등 주요 업종별 대응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대상업종은 철강, 자동차, 시멘트, 조선, 석유화학, 정유, 전력, 수소, 수출입 등 9개 분야로 필요시 추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원호연·김성미·주소현·유오상·배문숙 기자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