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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버스 2대 보냈네요”…입석금지에 통근길은 ‘고난길’
경기 광역버스 입석금지 시행 후 첫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행 버스 기다렸지만
눈앞에서 버스 놓친 시민들 ‘부지기수’
예비차량에도 만석 속출…지하철로 발길 돌려
21일 오전 8시 경기 성남 판교 현대백화점 버스정류장에서 도착한 1150번 예비 버스 차량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탑승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버스의 자리가 부족해 승객을 더 이상 태우지 못하자,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9시부터 수업인데 가까스로 출석해도 오늘은 맨 뒷자리에서 (수업을) 들을 것 같아요.”

21일 오전 8시께 경기 성남시 판교 현대백화점 앞 버스 정류장.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공무원 고시 학원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공시생 송모(25·여) 씨는 만석으로 떠나가는 버스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박씨는 “평소대로 집에서 나왔는데 버스를 못 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후 첫 월요일인 이날 오전 7시부터 해당 버스 정류장에는 서울로 향하는 시민 30여명이 모여 있었다. 입석 금지를 감안해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온 시민들도 버스를 한 번에 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국토교통부에선 이 같은 승차난을 감안해 버스 증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승차난을 해소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자 시민들이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 너나 할 것 없이 버스 승차 문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만석’이라는 버스 기사의 안내에 미처 몸을 싣지 못한 승객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정류장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서울역 방향으로 출근하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평소보다 40분 일찍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를 이미 두 대나 놓쳤다”면서도 “앞으로 집을 나서는 시간이 앞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부터 KD운송그룹은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광역버스 입석을 전면 금지했다. KD운송그룹 소속 버스 업체들에서 운영하는 광역버스는 112개 노선 1123대로 경기도 전체 284개 노선 2559대 중 44%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당초의 증차 계획을 앞당기는 추세다. 지난 17일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는 서울시·경기도와 수도권 출퇴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중 정규버스 12대, 예비차 3대 등 15대를 추가로 투입, 정규버스 12대를 증차해 총 22개 노선에 46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초까지 18개 노선에 정규버스 37대를 추가 증차한다.

21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 현대백화점 버스 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기사에게 빈 좌석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김영철 기자

승차난이 예상되자 이날 교통경찰관과 국토부 대광위 소속 직원도 버스정류장에서 입석 금지 위반 여부를 관리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국토부 대광위 관계자는 “노선 기점에서 미리 승차를 하는 승객도 있어 성남시 서현동 이매촌한신아파트쪽 버스 정류장부터 버스를 출발시키거나 예비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비 차량마저도 빈자리가 가득 채워져 시민들이 타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 이날 직장인 박모 씨는 눈앞에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1150번 예비 버스를 못 타게 되자 이내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씨는 “버스만 타면 강남역까지 20~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벌써 버스를 두 대나 보냈다”며 “눈앞에서 예비 차량마저 만석인 것을 보니 가망이 없어 보여 지하철을 타러 간다”고 털어놨다.

아직 입석이 가능한 버스로 시민들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역 방향 경기고속 소속의 1150번 버스의 빈자리가 ‘0’이 되자, 미처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은 같은 방향이면서도 입석이 가능한 동성교통 소속 9401번 버스로 몸을 실었다. 해당 버스 내부는 서 있는 승객들로 빽빽이 채워졌다.

21일 오전 서울로 향하는 한 광역버스 창문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안내문에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승객의 안전을 위해 입석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영철 기자

전문가들은 승차난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증차와 더불어 입석을 허용하는 다른 버스 회사들의 동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근본적으로 해결 방법은 버스 대수를 하루빨리 늘리는 것”이라면서도 “시민의 편리함과 안전을 위해서 정부가 지자체의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등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입석을 허용하는 일부 버스회사에 대해선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에 입석 금지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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