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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대상지역’ 해제 한달...매물만 늘었다
급급매물 위주 거래…현장 분위기는
규제 완화에도 시장 살아날 기미 없어
“더 떨어질 것” 매수자도 관망세
부산 해운대 5개월 새 10.9→7.5억
전문가 “대책 늦어 수급만 꼬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세종을 뺀 다른 지방들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매물은 쌓이고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니 굳이 안 팔아도 되는 분들까지 매물로 내놓고 분위기를 보고 있어요. 지금이 매도 적기라고 판단들을 하는 것 같아요. 가끔씩 급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며 가격은 떨어지고 매물은 쌓이는 분위기입니다.”(부산 해운대구 A 부동산)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세종을 뺀 다른 지방들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달 전 정부가 주택가격 하락폭 확대와 금리상승 등 하향 안정요인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규제지역을 해제했지만, 거래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매물만 쌓이고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다. 가격 고점 인식은 물론 이미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흐름을 탄 상황에서 뒤늦은 대책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수급이 완전히 꼬이고 있다. 규제지역이 해제되자 마자 각종 세제혜택 등을 노리기 위해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늘어난 반면 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집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가격하락을 예상하고 매수인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9월 20일 대비) 서울을 포함한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세종 등을 뺀 많은 지역 매물량이 한달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한 서울, 경기, 세종은 3% 이상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매물이 줄어들었지만 규제를 없애고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자 했던 나머지 지역들은 사겠다는 사람은 줄고, 팔겠다는 사람만 늘어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대책에서 대부분의 구 단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해제된 부산, 광주의 매물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광주는 2.4%(1만 2895개→1만 3206개), 부산 1.7%(4만1144개→4만1877개) 늘었다.

매물 증가는 주거정책심의위가 투기지역 해제를 발표하자 마자 곧바로 나타났다. 20일까지 각각 1만 2895개, 4만 1144개 매물량을 보이던 광주, 부산 지역은 23일 조정해제 후 이틀이 지나자 곧바로 1만 2999개, 4만 2017개로 늘어나더니 계속해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부산시 해운대구 힐스테이트위브 전용 80㎡는 지난 5월 10억 9800만원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 9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음에도 10월 초 7억 5000만원으로 3억 5000여만원이 떨어진 가격에 손 바뀜 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광주시 북구 무등산자이앤 어울림 1단지 84㎡도 지난 5월 8억 2000만원 최고가를 찍은 것이 이달 4일 4억 8000여만원에 매매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며 대출, 세금 부담 완화 등 매수 유인책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데는 대출 이자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시장 분위기가 보다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매수 부양효과’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최근 갭투자에 나섰던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고자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종혁 한국주택협회 팀장은 “전반적으로 시장이 움츠러들며 조정지역 해제도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나마 매수세가 남아있는 수도권보다 규제지역 해제가 대부분 지방에서 이뤄지며 매도세를 매수세가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시 한 부동산 대표도 “얼마 전까지 타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았던 갭투자 열풍이 꺾이며 실수요자들마저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전반적인 심리가 ‘팔자’가 우세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하락기 때 집을 내놓고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인근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 등이 쌓이며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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