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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고에 쌓이는 상품이 무서울 정도” 기업 ‘재고 쇼크’ 얼마나 심각하길래 [비즈360]
상반기말 전자업계 6개사 재고자산 82조원
국내 기업 재고자산 432조원, 전년말 대비 22.1% 증가
기업들 가동률 조정, 반도체 수요 둔화→가격 하락
재고지수 증가율, 26년만에 최고…“경기급락 우려”
공장에서 생산한 공기청정기 제품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고’ 위기에 처해 있다.”

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대외 악재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 하강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둔화에 따른 ‘동맥경화’로 재고자산이 쌓이면서 전자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전자 6개사, 재고자산만 80조=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6개 전자기업의 상반기말 재고자산 규모는 81조7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LG전자의 매출액인 74조7216억원보다 많다.

이는 지난해말 66조6158억원에서 15조1679억원이 증가한 수치로, 올 들어 상반기 동안만 무려 22.8% 늘어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30개 기업(금융업 등 제외)의 재고자산은 6월말 총 432조4784억원으로 전년말 354조895억원에서 78조3888억원(22.1%) 증가했다. 6개 전자기업의 재고자산이 전체 2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단위: 억원, 각 기말, 에프앤가이드 자료]

이 중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말 41조3844억원에서 상반기 동안 10조7078억원 늘어나 25.9% 가량 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말 8조9166억원에서 상반기말 11조8787억원으로 재고자산이 2조9621억원(33.2%) 늘었고 LG디스플레이도 3조3504억원에서 4조7225억원으로 1조3721억원(4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는 1551억원(8.5%) 증가했으며 LG이노텍은 404억원(2.9%) 소폭 증가했다.

LG전자는 상반기말 9조6844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하며 전년말 9조7540억원보다 696억원(0.7%) 감소해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말 8조3275억원보다는 1조3570억원 증가했다.

▶수요 막히니 재고 쌓여…‘동맥경화’에 기업 ‘신음’= 글로벌 수요둔화는 가전·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말 103.9에서 지난달 91.4로 하락세를 보였다. CCSI는 100미만일 경우 경기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7월 86.0까지 하락해 소폭 오름세지만 여전히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재고관리를 위해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냉장고는 127%에서 119%로, 세탁기는 99%에서 81%로, 에어컨은 129%에서 108%로, TV는 87.8%에서 72.5%로 낮췄다.

전자업계 TV 생산 현장. [LG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 서버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함께 업황둔화가 전망된다. 고객사 재고가 축적되면서 수요가 줄어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가격은 최대 18%,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대 20% 가량 빠질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의 70%, 낸드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어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전자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18.0%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에 22.0%를 기록한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등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오버슈팅(초과생산)됐던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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