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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외무 “서방, ‘내 개XX’ 원칙으로 젤렌스키 정책 수립”
유엔 안보리서 美 등 서방 외교수장과 설전
블링컨 국무 “무모한 핵위협 멈춰야” 비난에
루스벨트의 니카라과 독재자 지원시 발언 인용
“서방, 우크라 정권의 범죄 체계적 은폐”주장
지각 출석에 20분 거친 발언 뒤 회의장 떠나
中 왕이, 러 비난 않고 분쟁 종식 협상 촉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진행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서방이 러시아를 침략자로 몰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욕설 섞인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서방은 ‘그는 물론 개XX이지만, 내 개XX’라는 원칙에 따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정책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서다. 서방 주요국 외교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 동원령과 핵무기 사용 위협 등을 놓고 비판하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며 설전을 벌인 것이다.

로이터·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15개국 외무장관이 참석한 안보리 회의에 지각 등장해 20분간 욕설까지 동원하는 거친 발언을 한 뒤 자리를 떴다.

그의 ‘개XX 원칙’ 언급은 제네바협약이 금지한 대인지뢰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7월말부터 도네츠크(친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우세지역)에 사용한 점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잔혹행위에 대해 ‘국제기준을 찢어놨다’, ‘모든 안보리 회원국이 무모한 핵위협을 즉각 멈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압박하자 되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국제인권기구의 묵인 하에 8년간 우크라이나 정권의 범죄를 체계적으로 은폐하고, ‘그는 물론 개XX이지만, 내 개XX’라는 잘 알려진 미국의 원칙에 기반해 젤렌스키에 대한 정책을 세웠기 때문에 그런 만행(대인지뢰 사용)이 가능해졌고, 처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는 ‘개XX 원칙’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이 했다고 알려진 말을 라브로프 장관이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니카라과의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가 독재자이지만, 반공주의 견해를 갖고 있어 지원한다며 ‘개XX원칙’을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상대방이 나쁘더라도 자국에 이익이 되면 옹호하는 입장을 일컫는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냉소적인 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군인을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희생자가 있는데도 러시아를 약화시키려고 전투를 최대한 길게 끌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민병대가 8년간 돈바스의 주민을 죽인 사실을 무시하며 서방은 러시아를 침략자로 만들려고 한다고 거론,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의 발판으로 삼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돈바스에서 일어난 전쟁범죄를 국적과 관계없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퇴장한 뒤 발언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외교관들의 거짓말은 범죄를 선동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그들은 직접적인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진행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서방이 러시아를 침략자로 몰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욕설 섞인 거친 발언을 했다. [로이터]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왜곡·부정직·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이 회의장을 떠난 데 대해 “안보리의 집단적 비난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촉구했지만 러시아를 비판하진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안보리에선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의미있는 조처가 도출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어서다. 로이터는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올해 회의를 한 건 최소 20차례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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