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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정부, 도덕적 해이없는 정책적 정교함·균형 필요” [人터뷰-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한국 경제정책 방향 조언
고물가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 맞는데
취약계층 갑자기 부채 늘어 큰 타격
시장질서 훼손 않는 선에서 빚탕감
성실채무자 박탈감 없는 정책 필요
단기·중장기 과제로 국가경쟁력 강화
금리 높여 수요 억제·정부 재정 긴축을
민간경제 활성화로 경제역동성 높여야
특단의 조치 없으면 잠재성장률 0%
기술·노동·서비스섹터 등 개선 필요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 트레이드타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 라는 큰 틀 안에서 민간역량을 최대한 활성화해 국가 경제 역동성을 높인다는 방향은 맞아요. 하지만 복합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와중에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죠. 넉넉한 탕감의 유혹이 있더라도,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혼란스런 한국 경제의 정책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8년~2009년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내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정책 합을 맞췄다. 당시 이 총재가 부위원장, 김 위원장이 금융정책국장이었으니, 사실상 전 이사장이 현 금융·통화정책 수장들의 멘토인 셈이다.

전 이사장의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은 여전히 현 경제 흐름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찾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취약차주를 돕기 위해 내놓은 빚탕감이 이슈다.

▶딜레마가 있다. 고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부채가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은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지속 가능한 수준의 부채로 낮춰 줘야 채무자도 살고, 채권자도 살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고통 분담의 명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열심히 성실히 갚은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을 정책적 정교함과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수학 공식처럼 따질 순 없다. 선별적으로 탕감, 금리 전환 시 채무자들의 현재 재정 상태, 앞으로의 기대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무엇이 바람직할 지를 따져봐야 한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선 아예 돈을 떼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않나. 정부가 부채 부담을 줄여서 조금이라도 갚게 해주는 방향이 옳다. 정치적 측면에서 더 넉넉한 탕감의 유혹이 있더라도 시장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접근해야 도덕적 해이를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 국정동력이 떨어진다. 정책 추진력은 국민과 신뢰에서 나온다. 국정 동력이 탄력을 받아야 개혁 프레임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현 상황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유동성을 공급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을 붙이며 고물가를 야기한 상황이 됐다. 긴축으로 물가 압박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기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 결국 길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단기적 경제 충격을 벗어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경제충격을 벗어나려는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으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려 경제 역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나눠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구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경제를 위한 단기, 중장기 처방을 제시한다면

▶단기적으론, 고물가 구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니 물가를 낮추는 방안으로 노력해야 한다. 금리를 높여 수요를 억제하고, 정부도 재정을 선택적으로 긴축해야 한다. 특히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데다가, 물가 상승에 따라 구매력이 약한 취약계층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긴축을 유지하되 금리 인상을 우리의 고(高) 부채 상황을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한국은행이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장기 면에선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한다. 민간 경제를 활성화해 경제 역동성을 높이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 연금, 교육 등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주요 개혁 아젠다에 발동을 걸기 시작해야 한다.

-물가 상승 문제는 대외변수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후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물가의 구조자체가 변한 것이라면 긴축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기폭제가 됐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충격도 담고 있다. 가뭄, 강수량, 고온 등 기후 변화는 다각도로 물가 구조에 부담을 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하루아침에 이뤄지긴 어렵다. 때문에 사실 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질 변화가 필요하고, 잠재성장률 높이기가 필수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은 얼마로 보는가. (한국은행은 2022-2023년의 잠재성장률을 2.0%로 보고 있다.)

▶1%대로 본다. 특단의 조치 없으면 곧 0%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경쟁력을 보면, 과할 정도로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기술과 노동, 서비스 섹터 등 잠재성장률에 기여가 가능한 것들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에 관심이 높아지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도 나타나지 않았나.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계실 때부터 ESG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 내 ESG 팀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냈다.) ESG, 특히 E에 대해선 이른바 ‘그린 워싱’을 비롯해 무늬만 환경주의를 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에 대한 생각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문구로 대체하고 싶다. ESG는 Equitable(공정한·공평한)·Social(사회적)·Goals(목표)라는 것이다. ESG 논란이 흘러가고 성장통을 앓고 있으나, 개인과 사회·국가 나아가선 모두가 ESG라는 틀 안에서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계셨지만, 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운용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뽑고, 캐나다 같은 국가처럼 이들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운용해 수익을 내는 게 전문가다. 국민연금이 더 이상 복지 전문가 중심으로 움직일 게 아니라 자산기금 운용에 탁월한 이들로 기금 운용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더 내고 덜 받자’가 아니라 ‘더 내고 길게 받자’로 바뀌어야 할 때다.

정리=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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