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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온다고 퇴근 안하냐”·“사진 잘 나오게”…재난대응도 공감능력도 난맥상[데이터 르포]
폭우 당일부터 나흘간…용산·여당 재난대응 총체적 난맥상
자택 업무지시 논란…피해현장방문 ‘홍보’ 카드뉴스까지
대통령실 “전임 대통령 때도”…“대통령 계신 곳이 상황실”
수해복구 현장 ‘망말’ 與…“여러분은 나올 게 없을 것 같냐”
온라인 “靑에 있더라도 산불 나면 헬기 타고 오겠다더니”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14명의 사망자(14일 오전 5시30분 기준)가 발생한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로 대책을 지시했고, 대통령실은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피해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의 사진을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수해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언행을 보인 상황 판단 능력과 부재한 공감 능력에 대한 지적이 이번 논란을 관통하고 있다. 지도자와 국정 수행 기관이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을 마주한 국민의 시선에서 충분한 대응과 공감을 했느냐를 묻는 데 대해 “매뉴얼을 지켰다”라며 시스템 준수를 언급하는 것은 ‘잘못이 없다’며 ‘방어’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오후 11시54분, 대통령실은 첫 대통령 지시사항을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첫 지시사항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집중호우 상황을 보고받고,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호우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급경사지 유실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주민대피 등 각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긴급 지시했습니다. 또 내일 새벽까지 호우가 지속되고, 침수피해에 따른 대중교통시설 복구 작업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상황에 맞춰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고, 민간기관과 단체는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독려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첫 지시는 많은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초동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자택에 머물며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재난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 타워인 위기관리센터가 아닌 ‘자택’에서 ‘전화보고’를 받았다는 점, 대통령 자택 주변 도로가 침수되면서 대통령의 동선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 첫 지시가 밤 11시 이후에 나왔다는 점, 현장 대응을 해야 하는 공무원의 출근 시간을 늦췄다는 점 등이 비판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멀쩡한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왜 아파트에서 상황관리를 하느냐”며 “대통령이 비에 갇혀 오도 가도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유 여하를 떠나 국가안전 및 경호상의 중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윤해 정의당 부대변인은 "컨트롤타워 기능이 완비된 청와대를 떠날 때는 용산에 가서도 모든 국가 안보에 아무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작 재난급 폭우가 오자 집에서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는 대통령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9일 각종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8일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9일 오전 6시부터 보고를 받고 지침과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현장의 모든 인력들이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게 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자택 전화 업무 보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상황실에서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가 진두지휘하는 상황이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국무총리가 있었기에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9일 전화업무 지시 논란에…10일 찾은 침수현장은 ‘국정 홍보 카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방문하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오전 11시30분에는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피해지역 현장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피해 현장은 빌라 반지하에 살던 40대 자매와 자매 중 동생의 딸인 10대 아동이 비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곳이다. 자매 중 언니는 발달장애인이며, 고인의 어머니는 병원 입원으로 변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빌라 주민과의 대화에서 전날 밤부터 물이 차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은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또 빗물이 차있는 반지하 주택을 내려다보며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서초동의)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라고 말해 비판을 자초했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 사진을 카드뉴스로 작성해 대대적으로 홍보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3명의 사망자가 나온 현장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홍보용 사진을 활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실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2020년, 2021년 기사와 칼럼을 나열하면서 “전임 대통령 때도 다 마무리가 된 다음에 현장을 가셨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8일 상황실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말 가셔야 될 상황이면 가는 것이고, 어제 같은 상황은 안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공식 매뉴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강조했다.

尹대통령 “죄송한 마음” 사과…참모진은 “비 온다고 퇴근 안 하시냐” 옹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은 10일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서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참모진의 해명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대통령의 첫 사과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에 “저희가 굳이 ‘대통령의 사과’라고 생각을 안 했고 대통령께서는 여러 가지 국민과 소통하고 눈을 맞추겠다고 얘기 많이 하시는데 그런 것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퇴근 도중에 차를 왜 못 돌렸느냐’는 질문에 “저녁 시간 9시부터는 침수가 이미 주변에 서초동 지역에 시작됐고 대통령이 계신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며 실시간 보고와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시냐”,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면 모르지만 대통령께서 퇴근을 하실 때는 (참모들도) 다 일상적으로 저녁 약속도 있고 다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與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비가 예쁘게 와서”

여당 의원들은 수해복구 현장에서 망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 보좌진, 당직자, 당원 300여명은 11일 서울 동작구 수해 피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 곁에 서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주 비대위원장은 해당 발언에 대해 “여러분들(기자들) 노는데 우리가 다 (카메라로) 찍어보면, 여러분들은 나오는 게 없을 것 같나. 작은 것 하나하나 가지고 큰 뜻을 그거 하지 말고”라고 옹호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가까운 시간 안에 (김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겠다”며 징계 논의 방침을 밝혔다. 김 의원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직책을 내려놓았다.

이외에도 또 다른 지역구 의원은 “(우리 지역은) 비가 예쁘게 와서 (괜찮았다)”라는 발언을 했고, 권 원내대표는 동작을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에게 “못 본 사이에 나잇값을 좀 하네”라는 발언이 뭇매를 맞았다.

온라인 여론 “산불 나면 헬기라도 타고 오겠다더니”

온라인에서는 ‘재해 상황 중 대통령의 자택 전화 업무 수행’에 대해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라도 타고 오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3월4일 밤 10시40분쯤 울진 산불 이재민 보호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 제공.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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