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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티패밀리오피스 된다” 법무법인 '가온'은 왜 자산관리에 뛰어들었나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인터뷰
소송, 효율성 중심의 법무법인에서 정성적 관점 불어넣어
고액자산가 중심인 금융사와 차별화
멀티패밀리오피스 위해 금융사와도 제휴 추진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관계자들. 왼쪽부터 조병호 변호사 겸 회계사, 배정식 센터장, 소순무 변호사, 안지영 변호사, 김세현 회계사 순. [사진제공=법무법인 가온]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살다보면 원치 않아도 겪어야할 일들이 있다. 재산에 얽혀있는 것들이 그렇다. 과거에는 재산 문제가 부자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고령화 사회로 되면서 일반화된지 오래다. 복잡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산을 잘 물려받고, 잘 굴리고, 잘 지켜서 다시 물려줄 수 있는 방파제를 쌓는게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가온이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이런 중요성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가온은 당초 조세를 전문으로 하는 ‘부띠크 펌’으로 입지를 쌓은 곳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자산배분, 상속 증여 등을 전담하는 ‘패밀리오피스’를 처음부터 지향해오긴 했지만, 마냥 쉽지는 않았다. 대형 법인의 조세 문제는 대형 로펌들이 주로 수임을 해온 터였다. 니치마켓을 찾던 중 오너 일가의 내밀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가온의 소순무 변호사(한국성년후견협회장)는 “오너 일가의 세금문제는 통상 가족간 상속, 이혼 등과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을 꺼려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로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니즈와 경험이 누적돼 패밀리오피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는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가 만든 용어로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배분과 상속·증여, 세금문제 등을 전담해 처리해 주는 업체를 일컫는다.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또한 이런 취지를 고려해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후견 및 금융·부동산 자산관리전문가, 공익법인 전문가 등으로 센터를 구성했다. 애자일 형태로 6~7명 가량이 패밀리오피스 업무에 연관돼있다.

특히 하나은행에서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을 맡아온 배정식 본부장이 합류하면서 딱딱했던 법에 정성적인 부분을 불어넣은 점도 가온만의 특징이다. 배 본부장은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상품화해 신탁 대중화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노후와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탁형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가온에 합류했다. 은행 재직동안 5500건의 상담을 다룬만큼 로펌을 찾는 고객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있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장

안지영 가온 변호사는 “그동안은 세금을 프리즘 삼아 사건을 다뤄왔는데, 최근에는 후견 업무에 감성적인 부분을 녹였다”며 “과거 한 상담자가 유류분 반환청구 및 세금 등을 고려해 아버지의 재산을 유언대용신탁으로 묶어 미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을 때, 배 센터장이 아버지에게 상속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할지를 먼저 알려줘 컨설팅이 수월하게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안 변호사를 포함해 주요 인력들은 고령화에 맞춰 신탁 활용도가 높아질 것을 고려, 신탁 제도 개선 등을 연구하는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가온이 하는 패밀리오피스는 다른 법무법인이나 기존 금융사와 뭐가 다를까. 배정식 센터장은 “통상 소송을 다루는 로펌은 효율성의 문제만 극단적으로 보기 때문에 자산을 둘러싼 여러 가족들의 이해관계나 생각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온에서는 정성적인 부분 뿐 아니라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제도를 활용하고, 법적인 문제를 함께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순무 변호사는 웰다잉운동본부, 한국자선단체협의회, 한국후견협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유언장쓰기 문화 캠페인도 가온 대변인실을 통해 유투브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자산가에 초점을 두고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하는 증권, 은행과 차별화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온은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업무 범위도 지속적으로 넓힐 예정이다. 채널과 고객을 확보한 곳이 금융사인만큼 은행, 증권, 보험 등을 연결해주는 게이트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산운용까지 통합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콜라보레이션’이 된다면 한 가족 뿐 아니라 세대에 걸쳐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책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멀티패밀리오피스’로 가기 위해 이미 주요 금융기관들과도 실질적인 협업을 위한 자문계약을 추진 중이다.

배 센터장은 “각 금융기관에도 상품 뿐 아니라 조세, 법률, 공익, 후견 등 여러 분야에 쌓은 지혜를 자문하면서 영역을 넓혀갈 생각”면서도 “고객들에게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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