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종료 분쟁 손배 요구
올 상반기 작년 전체건수 추월
불성립 건수도 갈수록 늘어
“손해보면 안 된다” 갈등 심화
이달 말로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가운데 임대차계약 갱신을 둘러싸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매물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 |
이달 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2년을 앞두고 임대-임차인 간 갈등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조정을 해달라”는 신청 사례가 크게 늘며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말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가구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법의 해석·적용을 놓고 크고 작은 분쟁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8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새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연관이 있는 ‘계약갱신·종료’에 대한 분쟁조정 접수건은 132건으로, 지난 2020년 한 해(154건) 접수건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유형의 접수건은 2019년 49건에서 새 임대차법 도입된 이후인 2020년 154건, 지난해 307건으로 크게 늘었다.
주로 임차인(세입자)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때 임대인(집주인)이 ‘실거주’를 내세워 이를 거절하면서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하려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분쟁조정 사례도 나왔다.
일례로 한 집주인과 세입자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한 뒤 계약 만료를 3개월 앞두고 보증금을 약 40%(9500만원) 증액해 계약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자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함께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 달라고 했고, 집주인은 “그렇다면 내가 실거주할 것”이라고 맞서면서 분쟁이 생겼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 과정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경우 집주인에게 실거주 목적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정을 들어 증명하지 못한다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해 임대차가 갱신됐음을 주장하면서 목적물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손해배상’ 분쟁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손해배상과 관련된 분쟁조정 접수건은 309건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278건) 기록을 넘어섰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타인에게 임대·매각하는 경우 등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세입자를 쫓아내고 2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매도하면 임대차법 또는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면서 “특히 임대할 경우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 등 비교적 손해배상액수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 세입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차임·보증금 증감’(2019년 4건→2020년 41건→2021년 54건), ‘임대차기간’(12→16→31건) 등에 대한 분쟁도 꾸준히 증가했다. 분쟁조정에 나선 이후에도 임대·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된 건수도 지난해 133건으로, 전년보다 약 5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총 77건으로, 지난 2020년 연간 건수(27건)보다 많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새 임대차법 도입 2년차를 맞아 앞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가구의 계약이 차례로 종료되면서 크고 작은 갈등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약 갱신·종료와 손해배상은 물론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주택·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분쟁 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임대차2법 도입 직후 임대·임차인이 더 많은 협의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 협의와 갈등은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이전에도 재계약 등을 통해 통상 4년을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 임대차법으로 법제화가 된 이후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조금도 손해를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면서 “갈등이 심화하면서 단순 협의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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