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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된 사업관리 있었다면 ‘둔촌주공 분쟁’ 없었겠죠” [人터뷰-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글로벌 건설사업관리 개념 첫 도입 화제
사업의 기획부터 발주·시공·관리까지
모든과정 관리하는 PM, 국내에 들여와
‘행복경영’ 철학이 세계적 기업 성장 한몫
2000억 매출에 80억 사회공헌사업 지출
원자재 가격 급등...공사현장 분쟁 급증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석 달 넘게 중단
PM 있었다면 지리한 싸움 없었을 것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국내 건설업에 건설사업관리(PM)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선구자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PM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그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에도 PM이 있었다면 둔촌주공 사태와 같은 파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건설뿐 아니라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회사마다 위기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쟁이 잦은 상황이에요. 원자재가격 상승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서로 상생하는 길로 가야죠. 그렇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사업 매니지먼트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분쟁이 없었을 겁니다. 적어도 최소화됐겠죠.”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최근 건설산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쓴소리부터 했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석 달 넘게 중단된 데 대해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제대로 된 건설사업관리(PM)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지리한 싸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재건축은 사실상 건설업체가 주도권을 쥐는 구조라 일단 계약하고 나면 조합이 건설사를 절대적으로 이길 수 없고 컨트롤할 수도 없다”면서 “발주자인 조합이 직접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납기 일정과 공사비용, 품질·안전인데 그중에서도 비용은 모든 것과 연동되는 요소”라며 “비용을 매니지먼트하는 개념은 둔촌주공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 전반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건설산업이 선진국 레벨로 들어간 지 꽤 됐고 건설산업 규모도 세계 10위권으로 작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처럼 비용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을걸요.” 김 회장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우리나라 건설사업관리 분야를 개척해온 선구자다. 사업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발주·시공·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PM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그 출발은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이었다. “우리 건설업체는 빨랐지만 끝 무렵엔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됐는데 서양 업체는 굉장히 늦는 것 같다가도 착오 없이 빨리 끝내더라고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처럼 말이에요. 그 차이가 건설 매니지먼트에서 나오는구나, 그때 생각했죠.”

1990년대 연이어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PM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품질과 안전 측면에서도 사업관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건설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업체가 PM사일 정도로 보편화돼 있었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고 회고했다. 가능성을 읽은 김 회장은 1996년 미국 파슨스와 합작한 한미파슨스를 설립하며 PM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직후인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침도 있었지만 김 회장의 확신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응하는 회사였기에 외환위기 속에서도 외국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고 2000년대 해외에 진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한미글로벌로 바꾼 것부터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이지 않나요”

김 회장의 말처럼 한미글로벌은 해외시장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해외 M&A(인수합병)를 통해 한미글로벌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선진국형인 PM업계에서 글로벌 자이언츠(대형사)와 경쟁해 이기는 건 사실 만만치 않다”면서도 “한국인이 가진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향, 빠른 의사결정과 개척정신은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PM업계가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김 회장은 보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코리아 스탠다드에 머물고 있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한미글로벌이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김 회장의 뚜렷한 경영철학이 한몫했다. 일하기 좋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행복경영’이다. 그는 “초창기부터 구성원 중심의 회사경영이 중요하다고 봤다”면서 “구성원이 행복해야 업무성과도 올라가고 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회사가 성장한다”고 단언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지향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도 한미글로벌이 창립 초부터 지켜온 중요한 가치다. 특히 사회공헌사업에는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고 있다. 올해 예산만 80억원에 달할 정도다. 매출액 2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서는 상당한 규모다.

그래서일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모범사례로도 평가받는다. 한미글로벌은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해당 평가를 시작한 이래 5년 연속 AA등급을 획득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전체 1004개 상장사 중 3위, 자본재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사실 ESG에 대해선 신경도 안 썼는걸요.” 김 회장은 허허 웃어 보였지만 미소 뒤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재작년부터 ESG가 이슈화됐지만 우리는 전부터 꾸준히 ESG 개념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한 건 없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ESG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되레 꼬집었다. 그는 “앞으로도 구성원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산업 전체를 생각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스물여섯 살이 된 한미글로벌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건설사업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투자개발사업, 친환경사업, 에너지·인프라 등으로 사업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우리는 26년간 꾸준히 변화했어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순간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며 혁신을 위해 몸부림쳐왔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그런 변화의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김 회장은 그러면서 ‘글로벌’과 ‘창조’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하나는 출발선에서처럼 여전히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 일거리를 만든다는 개념의 창조”라며 “소극적으로 남들에게 수주를 받아서 일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과 관련해서는 어떤 수요도 대응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겁니다.” 꾸준함 하나로 건설업계를 50년간 지킨 그였기에 원대한 포부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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