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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섬·위령탑·그로토,北사이판 일곱빛깔 서정 [남국여행⑧]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사이판의 북부 여행은 다채로움이 넘친다.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고, 전망 좋은 풍경 전망대도 많으며, 멀리 바다를 내려다 보며 싱그러운 하이킹과 트레킹를 즐기는 코스가 여럿 있다.

사이판 새섬에서 기념촬영하는 한국인 가족여행객
사이판 미들로드~반재클리프 자전거 하이킹
일제 전쟁범죄자들의 침략과 잔혹행위의 잔해

한편으론 일본의 남양군도(마리아나제도, 미크로네시아 일부) 침략, 이에 대한 연합군 주력 미군의 진압,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당한 한국인의 희생 및 원주민과의 화합, 현지인 여인과의 결혼을 통한 부활과 생명의 족적들이 밀집돼 있다.

가라판 시내 ‘바이크샵 사이판’, ‘오토클래스 프로-사이판 바이크’에서 자전거를 빌린다. 바이크샵 사이판 알렉스 사장은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닮았는데, 한국의 자전거 인플루언서 봉은지씨가 탄다고 하니,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딸의 1200만원짜리 자전거를 흔쾌히 내주었다. 한국인들이 낯선 땅에서 타다 다치치나 않을까, 딸 자전거에 흠집이나 날까 염려하며 일과도 포기한 채, 한국인 일행을 따라다녔다.

▶자전거 여행=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들은 미니카 레포츠 시설 ‘마리아나 트레킹’ 언저리 부터 완만한 오르막길을 달리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패전한 일본군이 자기 어린아이까지 밀어 동반자살했다는 슈사이드클리프(자살절벽)를 거쳐 초라한 무기 잔해 만을 남긴 일본군 최후 사령부까지 완만하던 경사는 잠시후 깔딱고개로 급해지고, 핸들 잡고 러닝하듯 페달을 꾹꾹 눌러밟아야 했던 여행자들의 숨도 거칠어졌다.

전범들의 자살 및 자살강요 절벽 옆 오르막길을 한국인 싸이클러가 역주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만난 아마추어 싸이클러 봉은지씨가 반재클리프 꼭대기에서 한국 방향으로 두 팔을 들고 있다.

이런 급경사 서너개를 거쳐, 한국 자전거여행자들은 한국-중국-일본 방향으로 나있는 반재클리프(만세절벽)에 올라 시원스럽게 펼쳐진 태평양을 굽어보며, 피로감을 씻는다. 이 일대 일본군 흔적에 한국, 중국, 동남아 여행객들이 껌을 붙여놓아, 반재는 반제(反帝:제국주의 반대) 뜻으로도 해석된다.

사이판,티니안 등 북마리아나제도를 포함하는 우리식 옛 표현 ‘남양군도’에 이제 한국인들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상황이라, 자전거로 슈사이드클리프, 반재클리프를 정복하는 기분은 색다르다.

다른 날은 자동차를 렌트해 사이판 구석구석을 드라이빙해 본다. 한국 운전면허증도 통용된다. 한국인 일행이 번갈아 몰던 차(2명까지 교대 운전 가능)는 동서남북으로 연두에서 청록, 군청 까지 다채로운 때깔 스펙트럼을 보이는 사이판 바다와 정글 사이로 차분하게 달린다. 지속가능, 상생의 사이판에서 렌트카는 평균시속 40㎞대를 유지해야 한다.

전범들의 자살절벽, 북마리아나제도의 대표적인 꽃 프레임플라워를 배경으로 한국인 여행자의 렌트카가 역동적인 주행을 하고 있다.

보통 아침엔 에메랄드 빛을 띠는 서쪽 비치로드 해안 나무데크길에서 현지인처럼 조깅하고, 낮엔 세계최고 다이빙 명소 중 하나인 그로토 등 바다를 만나러 간다.

▶神의 랜턴 비치는 그로토 입수 쉬워요~= 다이빙이라는 낱말이 전문가 용어 같고, 멋지게 고공 낙하해야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렇지 않다. 수상안전조끼를 입고 입수해 눕기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하는 것이다.

사이판의 북동쪽은 태평양의 강한 파도에 깎여나가며 해안 지형이 계단식으로 변한 해식단구 지대가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매독곶’(串)이며, 그 중심에 해식 동굴 그로토가 있다.

그로토 전망대에서 초승달 모양의 해안 절벽에 둘러쳐진 곳 한복판, 짙푸른 군청색 바닷물에서 여행자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고난 뒤, 117개 계단을 따라 푸른 잉크 같은 물 가까이로 간다.

수면 직전까지 내려가면 반쯤 잘린 아치형 천장이 나오고, 그 아래 푸른 빛을 내는 풀이 자라 이채롭다. 이곳에 수상 레포츠를 즐기러 온 사람 보다는 신비한 절경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유이다.

그로토

수상안전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 장치를 끼고 들어가 물 위 누워본다. 이곳에서 위를 보면 햇살은 나만 쬐는 느낌이다. 주변 해식애들이 동그랗게 호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숨을 참고 수중으로 오리발질 해서 들어가도 찬란한 직사광선이 비교적 물속으로 깃들어 수중 시야가 매우 좋다. 파도가 센 날은 입수 금지.

▶새섬= 그로토 남쪽 도로변에 있는 새섬 전망대는 자전거, 자동차, 도보 모두 접근성이 좋다. 바다쪽으로 멀리 뻗어난 매독곶이 새부리처럼 생겨 새섬이라 하는가 했더니, 가운데 거북이 모양의 산호섬이 지각변동으로 솟아난 후 새들이 이곳에 모여살았기에 새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버드아일랜드, 새섬.

위에서 아래로 수직 촬영이 가능한 드론이 상용화된 이후에야, 거북이 닮은 이 섬도 바로 위에서 보면 새의 몸뚱이처럼 생겼고, 강한 파도가 밀려와 포말이 크게 갈라질 때 새의 날개를 펴는 모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과거에도 이곳 이름을 두고 거북섬과 새섬이 갈렸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수 있는 곳엔 벤치와 도시락 먹을 테이블도 있고, 몇 계단 더 내려가면 더 거북이 닮아 보이지만 좀 더 근접 관찰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도 만난다. 이 거북이 닮은 새섬이 육지로 갈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다 보니 해식 동굴이 적지 않다. 사이판의 바다새들은 파도를 여유롭게 비켜가며 해식동굴와 섬주변을 넘나들고 있었다.

한국인 위령공원을 지키는 솟대

▶애매한 태평양추념탑, 희생자위령탑으로 고쳐야=그로토와 새섬 전망대 계단을 오르내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느라 약간 쉬고 싶을 때, 우리 선조들의 족적을 찾아보자. 연민과 감사의 마음이 밀려들면서 피로감이 사라진다.

자국민 노약자까지 밀쳐 군국주의적 자살을 감행한 전범들의 반인륜적 자살절벽 아래엔 일제를 소탕하던 중 숨진 미군 묘지가 있고, 또 총알받이로, 지옥의 중노동꾼으로, 라오라오 동굴 등지에서 천하의 몹쓸 짓을 당하는 희생양으로 살다 죽은 한국인의 영혼을 달래는 공원도 있다.

전범들이 사라진 흔적 위에, 살아계신다면 지금 청년100세를 맞았을 우리 선조의 영혼들이 후손들의 명랑 쾌활한 사이판 놀이를 보고 이제야 편히 발 뻗고 쉬는 곳이다. 사이판 현지인들은 이 위령공원 주변에 순백의 꽃을 피우는 플루메리아 나무를 심어놓았다.

한국인 위령공원에 핀 플루메이라

한국인 추모공원에 세워진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은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위령탑’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애매한 표현을 명확하게 바꿔, 역사를 올바로 기록해야겠다.

다채로움이 있는 사이판 북부 여행은 2022년 현재, 현지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한국인들의 여행을 두툼하게 해준다.

■헤럴드경제 사이판-티니안-로타, 마리아나제도 탐방기 글 순서 ▶7월19일 ▷휴양 성지 사이판·티니안 여행 뭉클한 이유[남국여행①] ▷방탄소년단(BTS) 사이판 발자취 따라잡기[남국여행②] ▷티니안, 한국 후손들 유쾌하고, 맵게 사는 곳[남국여행③] ▷사이판, 세계적 석양 풍경..한낮엔 팔색조 바다[남국여행④] ▶7월22일 ▷사이판서 BTS처럼 놀고,페블비치처럼 골프[남국여행⑤] ▷찜닭·석양·물놀이 맛집, 사이판 월드리조트[남국여행⑥] ▷“하파다이~!” 북마리아나-한국 진한 우정 [남국여행⑦] ▷새섬·위령탑·그로토,北사이판 일곱빛깔 서정 [남국여행⑧] ▶7월26일 ▷북마리아나 역사,‘막내 형’ 로타의 매력 [남국여행⑨] ▷사이판-티니안-로타 다이빙 성지 7선 [남국여행⑩] ▷코로나 이후 백사장-넝쿨 밀당, 낚시붐 [남국여행⑪] ▷사이판 여긴 가봤니? 호수,나무,쇼핑,별밤[남국여행⑫끝]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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