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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강국, 초격차기술 확보 ‘연구중심대학’ 육성에 달렸다” [이노베이트코리아 2022]
이용훈 UNIST 총장이 보는 미래
HCR연구자 현재 55명→100명 확보 필요
기초과학원 연구단 지역별 최소 1개 배치
간접비 증액 독일 ‘K-막스플랑크’ 롤모델
과학자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올해 6회째를 맞는 대규모 ICT·과학기술 행사인 ‘이노베이트코리아2022’가 ‘기술패권 전쟁, 초격차가 답이다’를 주제로 13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렸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이 ‘초격차 기술들을 확보하려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세종=박해묵 기자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코로나 백신은 모두 ‘연구중심대학’의 석학에게서 나왔다. 우리도 초격차기술을 확보하려면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우수 과학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13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코리아 2022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가 ‘초격차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꼽았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 우위를 가진 ‘초격차기술’은 연구중심대학에서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 테라퓨틱스’도 MIT 석좌교수인 로버트 랭거가 하버드 의대 교수인 데릭 로시, ‘팀 스프링거와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특히 로버트 랭거 교수는 약물전달시스템 및 조직 공학 분야에서 세계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공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세 사례에서 공통점은 ‘연구중심대학’과 ‘석학’이다. 뛰어난 연구자가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놓은 ‘연구중심대학’은 초격차기술이 탄생할 가능성이 큰 공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부·공공R&D 예산은 27.4조 원으로, 규모로 보면 세계 5위다. 중국이나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과 비교해 총지출이나 GDP 대비 정부?공공 R&D 비율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연구중심대학의 경쟁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약하다. 2022년 THE 세계대학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00위권 대학 9개(세계 8위), 100위권 대학 2개(세계 11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에는 100위권 대학이 38개나 되며, 중국은 그간 연구중심대학에 투자한 결과 100위권 대학을 3개(2020년)에서 6개(2022년)로 늘렸다.

이 총장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지표별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며 “HCR 연구자 수는 현재 55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연구자가 많아져야 ‘초격차기술’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THE 순위에서 300위권 대학 수는 15개, 100위권 대학 수는 6개 정도가 되도록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며, 정책을 잘 세우면 지역균형발전과도 연계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총장은 연구중심대학 지원정책은 미국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대학이 개별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져오는 간접비 비중이 크다. 정부에서 따온 연구개발비에서 간접비로 가져가는 비중이 50% 이상인 것이다.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많은 연구중심대학일수록 간접비가 늘어나므로 자연스럽게 재정이 강화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연구비의 25% 정도를 간접비 형태로 대학에서 가져가는데, 이 비율을 조금 더 높이면 연구중심대학을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연구중심대학 지원과 더불어 기초과학연구의 수월성 확보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까지 고려해 지역 연구중심대학에 ‘세계 수준의 연구집단’을 두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캠퍼스연구단처럼 탁월한 연구단을 지역에 최소 하나씩 배치하고, 이들이 지역대학과 협력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형태를 확대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독일 전역에 80개 연구소를 두고 기초연구를 진흥하는 것과 유사한 ‘K-막스플랑크 모델’을 활성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UNIST는 13년 전에 개교할 때부터 에너지 및 화공/화학 분야에 주력, 이 분야에 강력한 연구팀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차전지와 태양전지, 수소 분야에만 HCR 연구자가 6명이 포진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결과들이 에스엠랩(조재필 교수),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석상일 교수) 등의 창업으로 연결됐다. 이런 성과들을 기반으로 울산 울주군에 세계 수준의 ‘에너지 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과학기술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 총장은 “초격차기술은 뛰어난 석학의 손에서 탄생하므로 그런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 성장하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연구중심대학을 튼튼하게 만들고, 우수 연구자를 격려하는 정책을 마련하면 우리도 초격차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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