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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우선멈춤 지켰더니…뒤차들 ‘빵빵’”…새 도로교통법 첫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 출근길 모습
우회전 횡단보도 일시정지에도 위반차량 1시간동안 99대
보행자, 횡단보도 채 못 건넌 상황에서 우회전하는 차량도
일시정지 차량에 뒷차들 수차례 경적 울려
‘통행하려는 때’ 법령 애매…운전자들 혼동
“인도 끝 서 있는 보행자, 횡단보도 건너는지 알기 어려워”
‘스쿨존 무신호 횡단보도’서도 차량들 일제히 지나가기도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 확대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일인 12일 서울 용산구의 한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한 차량이 행인을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에서 한 차량이 초록불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 방향으로 우회전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박혜원 기자]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이를 위반하는 상황이 여전히 흔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일시정지가 의무화됐지만, 이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차량이 속속 눈에 띄었다.

12일 헤럴드경제가 이날 오전 7~8시, 1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를 지나가는 출근길 차량을 지켜본 결과,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우회전한 차량은 총 99대나 됐다. 이들 차량 가운데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인 시민들을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우회전하는 차량만도 총 85대나 됐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가지 않은 상황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도 14대나 됐다.

대다수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시민들을 무시한 채 우회전한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횡단하기 위해 대기 중일 때, 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까지 차들은 잠시 멈춰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에도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음에도 우회전하는 차들로 인해 시민들이 3~4초가량 잠시 대기하는 모습이 여전히 연출됐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 우회전하는 차량으로 인해 시민들이 초록불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가지 못한 채 잠시 대기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횡단보도에 다다른 차량은 보행자가 지나가는 건지 아닌 건지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연거푸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한 차가 횡단보도를 지나기 전 일시정지하자 뒷차가 곧바로 경적을 수차례 울리며 출발하라고 재촉했다. 경적으로 인해 앞차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자 뒷차 6대가 일시정지 없이 횡단보도를 일제히 건너갔다.

법안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정안은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 대상에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까지 포함하고 있다. ‘통행하려는 때’로 보는 기준이 모호한 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이모(28)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라고 인도 앞에 서 있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횡단보도를 향해 빠르게 뛰어가고 있어도 어느 때에 멈춰야 할지, 혹은 천천히 지나가야 할지 쉽게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법안이 개정됐어도 이런 위반 사례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봤다. 양평동사거리 일대를 지나치던 직장인 60대 이모 씨는 “이 동네에선 우회전 때 그냥 지나가는 차량이 숱하게 보인다. 우리가 조심해야지 어쩌겠나”며 “ 법이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차들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권정욱(18) 군도 “등굣길에 양평동사거리를 매일 지나다니는데 위험한 순간이 많다”며 “보행자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는데도 버스나 트럭이 이를 무시한 채 지나가려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차량이 보행자 보행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등학교 정·후문 모습. 한 차량이 이 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11일 헤럴드경제가 찾아간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앞 횡단보도에는 신호기가 없었다. 학교에서 건너편 도로까지 횡단보도 길이는 5m 남짓. 이를 두고 본지가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90분 동안 학교 주위에서 차량 50여 대를 지켜본 결과, 스쿨존 내에서 서행하는 차량은 있었지만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일시 정지 하는 경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현재 스쿨존 내에선 20㎞ 이하로 서행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어 학교 주변에서 천천히 이동하는 차량이 많지만,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사고 위험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 이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일시정지 규정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모(47·여) 씨는 “보행자 우선이기에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는 것은 당연하다. 스쿨존이든 일반 도로든 마찬가지”라며 “학교 골목이나 도로 갓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기에 이번 개정안이 과도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8일부터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사전 홍보해왔지만, 아직 이런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46·여) 씨는 “우회전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하는 것만 알았지 스쿨존에도 법이 새롭게 적용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홍보 방법을 통해 시민들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정지 신호판 등을 적극 늘리는 등의 신호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굉장히 단순한 법안을 너무 어렵게 설명한 측면이 있다. 보행자 기준으로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일시정지 없이 서행하면 되고, 파란불이면 일시정지하면 된다”며 “아직 시행 초기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SNS 활용 등 홍보 방법을 더 강구해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선 운전자들이 신호기 없이 정지판을 보고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는 등 교통 법규를 잘 준수하고 있다”며 “한국도 신호체계를 정비해 신호등이 필요 없는 구간은 없애고 정지 표시판을 적극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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