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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에너지시장 ‘위기의 소용돌이’를 넘어야

최근 국제정세가 격랑에 휘말리면서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으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국가의 전기요금이 20~30% 이상 오르고 생필품 가격 또한 크게 올라 서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가 맞닥뜨린 세계 경제 상황이 과거 ‘오일 쇼크’에 비견되는 위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참 가치를 높이며 전 세계적으로 투자붐을 일으켰던 ‘코인’이 시스템적으로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휘말리면서 가치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절망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비단 코인시장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시장도 유사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이 아닌지 우려를 갖게 한다. 전쟁과 에너지 가격이라는 상관관계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이는 다시 러시아의 석유·가스 판매 수입을 키워서 전쟁을 장기화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조류 앞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탄소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이 위기 대응 역량을 낮췄고 당장의 어려움에 직면한 국가들이 또다시 미래 대비에 소홀하게 되는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와 에너지시장의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예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러한 에너지시장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당장은 필요한 화석연료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멀리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주어진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정부와 경제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먼저 튼튼한 에너지안보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석유·가스 등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는 비축을 확대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원전·재생에너지 등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의 활용을 늘려나가야 한다. 특히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 원전의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원전을 수출산업화해야 한다. 수소, 핵심 광물 등 새롭게 중요성이 부각되는 자원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에너지안보 컨트롤타워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는 세상에 ‘값싸고 깨끗하며 안전한’ 에너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평가한다. 각기 다른 여러 에너지원의 장점을 살려 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믹스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같은 에너지믹스를 마련함에 있어 정치색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과학과 합리성을 근거로 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고 에너지효율을 혁신할 수 있는 에너지신산업 창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여 민간의 수요와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 산업계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적 요구를 모아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수립 중이다. 에너지가 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전문가, 산업계, 시민단체, 학계 등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도 거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시장의 가격 기능을 회복하고 공급을 튼튼히 하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에너지시장에 위기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지만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 감으로써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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