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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여행④끝] BTS 정국·지민의 고향..못다한 얘기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민과 정국, 방탄소년단(BTS) 멤버 두 명이나 보유해 글로벌 ARMY(아미)들의 성지이기도 한 부산은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장병들, 즉 진짜 아미들에게도 성지 중 하나이다.

감천문화마을에 최근 그려진 BTS 정국 지민의 벽화

부산 여행은 늘 스토리가 풍부해 여행 때 느끼는 감성이 배가된다. 부산 별 보러 가는 계단의 별은 알퐁스도데의 그 별이 아니라도 좋다.

얌생이,꿀꿀이 전통적인 한국 가축과 우리를 도와주러 온 미군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데, 유엔군을 둘러싼 감동과 해학의 이야기도 부산 여행을 풍요롭게 한다.

▶별 보러 가는 148 계단= 근년 들어 지민과 정국의 벽화까지 그려진 부산 감천문화마을로 오르는 감천고개길 벽면엔 ‘오늘도 고된 그대를 응원합니다’는 글귀가 적혀있어, 여행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참고로 정국은 레고마을과 가까운 만덕동이 고향이고, 지민은 윤산중 우등생으로 계란잡채부침개가 맛있는 서동 일대에서 자랐다.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의 형성과정도 초량,아미,부민,우암동 등과 비슷한데, 기존의 주거시설들이 있어서 피란민들이 초기에 정착하기엔 아미동 보다 쉬웠다.

초량의 168계단 못지 않게 고단한 148 계단이 있었다. 이들 계단은 생활용품 운반 효율성이 높지만 골병 드는 익스트림 걷기고행길이었다.

148계단엔 아름다운 별칭도 붙었다. ‘별 보러 가는 계단’이다. 프로방스지방 알퐁스도데의 그 별이 아니다.

짐을 지고 오르기가 하도 고단해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면 맥이 탁 풀리면서 대낮에도 눈앞에 별이 핑핑도는 현기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별보러 가는 계단을 촬영하려면 문화공간 감내어울터 옥상이 좋다.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가 뜻있는 토착-이주 문화예술인들이 2009년 자생적으로 ‘꿈꾸는 마추픽추-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변신이 시작됐고, 거버넌스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유명관광지로 거듭났다.

감천문화마을 공식홈페이지에서 체험 및 숙박 신청이 가능하다. 감내골 행복발전소와 감내어울터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크게 도자기 아트, 목공예, 입주작가 특선 등이 있다.

빈집 혹은 목욕탕을 개조하여 만든 게스트하우스에 용케 방을 잡으면, 여행자들은 야경을 감상하느라 잠을 잘 생각들을 안한다.

부산 원도심 뒷편 산꼭대기에 예술적으로 지어진 군경 위령 충혼탑(김중업 작)

▶부산 유엔군과 얌생이짓의 어원= 지구촌이 부산을 잊지 못하는 여러 요소 중 대연동 유엔기념공원과 ‘11.11.11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의례를 빼놓을 수 없다.

매년 11월 11일 11시가 되면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국민들은 부산을 향해 묵념한다.

유엔기념공원은 2314명의 유엔 참전용사들이 안장된 세계유일의 유엔 기념묘지(UN Memorial Cemetery in Korea)이다.

미국.에티오피아. 영국.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터키. 남아공화국. 호주. 룩셈부르크. 필리핀. 태국. 네델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이상 전투), 스웨덴. 덴마크. 인도.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이상 의료)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한국을 사랑해 형 이름으로 대신 출전한 17세의 호주병사 도은트 등 잊을 수 없는 은인들이다. 한 명의 포로 없이 전원, 죽기살기로 싸워준 에티오피아 전사자들은 이곳에 묻히지 않고 전원 본국으로 송환됐다.

유엔군의 핵심인 미군 부대는 목숨 바쳐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일 말고도 화재 수습, 어린이 간식 제공, 교육 등 다양한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피란민들에게 미군 부대는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인식된다.

이 즈음 미군부대 주변 한국인들 사이에선 한국은 아가씨도 임신부, 아주머니도 임신부, 할머니도 임신부, 심지어 아저씨도 임신부라는 풍자의 말이 나돈다. 이는 ‘얌생이(염소) 같은 사람’이라는 말과도 무관치 않다.

얌생이(염소)는 미군 부대 허술한 담벽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주인이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 체구가 작은 주인이 따라 들어간다. 미군이 제지하면 얌생이 찾으러 왔다고 말하고는 염소만 데리고 나오면 된다. 마침 그때 미군 경계병이 없다면 얌생이 주인은 풍족한 미군부대에 널려 있는 전투식량 시레이션 깡통(MRE)을 양껏 챙겨 얌생이와 함께 나온다. 이것이 바로 얌생이짓이다.

이렇게 반출된 깡통은 집에 가서 허기를 채우는데 쓰거나, 거래되기도 했는데, 이 미군 시레이션깡통과 그레이유통 루트를 통해 유입된 유엔군용 음식 깡통이 거래되면서 커지기 시작한 장터가 깡통시장이다.

부산 피란민촌에서 시작된 꿀꿀이죽은 처음엔 ‘유엔탕’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최종적으로 부대찌개로 발전한다. 처음엔 미군 식당 잔반 중 먹을 만한 것들을 큰 가마에 쏟아 넣고 팔팔 끓여 먹었는데, 이를 유엔탕이라고 했다가, ‘가축이나 먹이지, 사람이 먹을 것은 아니지만, 급한 대로 배를 채운다’는 뜻에서 ‘꿀꿀이죽’이라는 냉소적 이름이 된다. 나중엔 반출된 쏘시지, 쑥갓 등 식재료를 제대로 넣고 나름의 레시피를 만들어 끓이는 부대찌개로 진화한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소없는 소마을, 빵천동 유래, 순천in광안리= 소마을 우암동엔 소가 없다. 일제는 우암동 소 검역소를 거쳐 우리나라 얼룩소, 흑소 150만 두를 수탈해갔다고 한다.

부산을 다니던 트램, 즉 전차는 미국 신시내티에서 만든 것으로 서울에 20대, 부산에 20대 배분돼 1968년까지 운행됐다. 마지막 운행 요금은 5원.

부산으로 가는 흥남철수 피란민 수는 출발 때 1만4000명인데, 도착해보니 1만4005명이었다. 항해 중 5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이다. 이들 신생아의 이름은 일제히 ‘김치’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피란민 중 가장 힘겨운 시절을 보냈던 아미동의 아미초등학교 출신으로는, 한국인 가수 최초 국제가요제 대상을 받은 정훈희, 복싱 세계챔피언으로 롱런했던 장정구 등이다. 김윤석 배우 가족도 아미동과 나름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용두산 공원은 1960년대 남부지방 신혼부부들의 대표적인 허니문 목적지였다. 용두산 공원은 허리인 복병산, 꼬리인 용미산으로 이어졌는데, 일제가 허리에 해당하는 복병산을 자르고, 용미산을 평지로 만든 다음 용두산에 쇠말뚝을 박았다. 한동안 침체기였던 용두산 공원은 최근 대기업이 리모델링하고, 부산관광공사가 달 토끼 등 미디어 놀이터를 만들어 MZ세대의 발걸음을 다시 모으고 있다.

수영구 광안리 해변은 최근 남태평양 룩의 짚 파라솔을 설치했다. 알고보니 전남 순천만 갈대로 엮은 파라솔이었다.

수영구 남천동은 빵으로 유명해져 빵천동으로 불린다. 오래전부터 학원가여서 청소년들의 간식 공급이 많았고, 이를 계기로 빵집들이 경쟁하며 연구개발을 통해 맛과 건강성을 키웠다고 한다.

수영의 팔도시장에 수육집이 유명한 이유는 오래전 이곳에 무녀의 점집이 많고, 국가무형유산인 수영구 어방제 등 마을 제례를 축제처럼 치르는 과정에서 제수용 고기가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수영구는 이제 우리나라 최고 해양레저의 메카가 됐다.

수영구 광안리 해양레저의 메커 SUP존 야간 패들

서울의 명동 같은 부산 서면은 직장인,아저씨들에게 인기가 많던 곳이지만, 최근 맛집골목, 힙한 카페거리, 전리단길 등이 조성되면서 젊은층이 급격히 증가했다.

부산 주변 지역엔 스키장이 없어, 황령산엔 국내최초의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들어섰다. 영화촬영지로 활용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부산의 이야기는 아마 세상 어디에도 이런 데가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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