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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심장병 유발하는 무서운 혈관성장” 억제조절하는 단백질 찾았다
- IBS 고규영 단장, 혈관 첨단세포 분화 억제 조절인자 기작 첫 규명
혈관 특이적으로 멀린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생후 6일째 생쥐 망막혈관의 변화. [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혈관신생은 기존에 성숙한 혈관으로부터 새로운 혈관이 발아해 생성되는 과정으로, 태아의 성장과 상처의 치유 등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망가진 혈관들이 발달하면서 암, 황반변성, 허혈성 심장병, 혈관성 치매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멀린(Merlin)이라는 단백질이 혈관신생을 억제적으로 조절하는 핵심물질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현재까지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조절인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대로 조절하는 과정에 대하여 규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최초다.

VEGF 자극을 통해 혈관내피세포 중 특정세포가 사상위족을 형성하면서 첨단세포로 분화하고, 첨단세포 주변세포는 대세포로 분화, 세포증식을 통해 혈관의 내강(Lumen)을 만든다. 이후 세포와 세포 접합 연결단백질인 VE-Cadherin에 의해 혈관내피세포가 안정화되면서 혈관생성분화 과정을 마치게 된다.

연구팀은 생쥐의 혈관에서 특이적으로 멀린의 발현을 억제한 실험군을 만들고 실험군의 망막 혈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사상위족을 가진 첨단세포가 대조군에 비해 증가하나 혈관 몸통을 이루는 대세포는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멀린이 세포막에 있는 VEGF 수용체와 결합해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에 따른 첨단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을 밝혔다. 더 나아가 Merlin이 혈관신생 과정에서 VE-Cadherin 밀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을 조절하는 수문장 역할을 함으로써 특정 혈관내피세포가 첨단세포로 분화 유도되는 기작을 규명했다.

VE-Cadherin 밀도가 높은 혈관내피세포에서는 Merlin, VEGF 수용체와 VE-Cadherin이 서로 결합함으로써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을 억제하지만, 반대로 VE-Cadherin 밀도가 낮을 경우 상호결합력이 약해져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이 증가해 VEGF 신호전달이 활성화되고, 첨단세포의 성장유도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혈관신생 과정에서 첨단세포 활성화를 조절하는 멀린의 수문장 역할.[IBS 제공]

이 현상은 망막 혈관뿐만 아니라 VEGF가 과발현되는 갑상선과 소장융모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으며, 생쥐 종양모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린이 종양혈관에서 선택적으로 제거되었을 때 첨단세포 수는 증가하고 대세포 수는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비기능적 혈관이 과다하게 생성된 종양혈관은 혈액이 잘 흐르지 않는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변형되었으며, 혈중 산소 감소로 종양의 성장이 현저히 줄었다.

고규영 단장은 “혈관신생의 항상성은 혈관신생 활성물질들과 Merlin과 같은 제어물질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이 유지되지만, 이 균형이 깨질 경우 여러 혈관질환들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암, 황반변성 등의 질환뿐만 아니라 아직 병인이 밝혀지지 않은 여러 혈관질환에 대해 멀린을 표적하는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스’ 6월 1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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