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모의훈련.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지난 8일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열린민원실에서 이색 모의 훈련이 열렸다. 폭언·폭행 등 특이민원 발생대비 모의 ‘전술훈련’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악성민원 근절 투쟁에 나서고 공무원들도 더 이상 참지않겠다고 아우성이다.

모의훈련은 민원인이 상담 도중 공무원에게 폭언, 폭행과 함께 기물을 파손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사전에 비상대응반을 편성, 직원별 임무를 부여해 특이민원 응대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절차를 연출했다.

민원인 진정 유도, 사전고지 후 상담내용 녹음, 비상벨(112 종합상황실 연결) 작동·청원경찰 호출, 피해 공무원 격리 보호, 방문 민원인 대피, 가해 민원인 제압과 경찰인계 등 일련의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실제상황과 같이 진행했다. 경찰관도 훈련에 동참했다.

경기도내 시군 민원실 등에서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폭언․폭행 등 위해를 가한 사례는 2019년 4182건, 2020년 5489건에서 2021년 9047건으로 3년간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번 훈련은 사실상 민원인 직원 보호책 마련을 위해 실시됐다. 폭언·폭행으로 전국 지자체 민원실은 3D부서가 된지 오래다. 일선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복지담당부서는 이런 폭언·폭행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사회복지급여, 취약계층 민원인은 막무가내로 돈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히고 욕설을 퍼붓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지자체들이 직원 보호책 마련에 나섰다.

[화성시 공무원증 녹음기 케이스]

화성시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는 민원담당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 기능이 있는 공무원증 케이스를 이달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시청 및 출장소 민원실 4곳, 읍면동 민원실 28곳 등 총 32곳에 케이스 64개를 배부할 예정이다. 공무원증을 넣어 목에 거는 케이스에 녹음 기능을 갖췄다. 비상시 버튼을 누르면 최장 6시간 동안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시는 사전에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민원인에게 공지해 폭언·협박을 예방하고 폭언 등이 발생한 경우 증거 채집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시는 경찰 112 상황실과 연결되는 비상벨을 각 민원실에 설치했다.,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 제정도 준비 중이다. 조례에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해당 공무원에게 심리상담, 의료비, 법률 상담 및 소송비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번에 녹음 기능이 있는 신분증 케이스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민원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민원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지난해 화성시청 산하 민원실에서는 폭언·욕설 등 민원인 위법행위가 257건, 반복적인 위법행위가 117건 등 총 37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주시도 지난 8일 민원실 내에서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여주경찰서와 합동으로 시행했다. 모의훈련은 민원상담 도중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 등 위협상황 시 상황별 대응 요령 매뉴얼에 따른 대응반 운영과 안심벨 정상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제상황으로 연출했다.

고양시는 시청 종합민원실에서 특이민원 관련 비상상황 발생 시 현장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민원실 비상상황 대비 모의훈련’을 최근 실시했다. 훈련은 민원여권과장을 총괄반장으로 고양경찰서, 청원경찰 등과 합동해 단계별 대응 전담반을 편성해 이뤄졌다.

민원실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전국 지자체는 이같은 특이민원 모의훈련과 함께 힐링캠프 등 직원보호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 북구청도 지난달 24일 종합민원실에서 특이민원 발생상황을 가정해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민원인의 폭행과 폭언으로 공직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악성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