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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휴가 길게 흥 하는 법, 장흥 문학-바다-삼합 여행
하늘의 왕관 천관산, 땅의 임금 제암산
임금 셋 낳은 황후의 고향,“길게 흥하라”
왕의 산 제암산 정상서 무등산까지 보여
책바위 있는 천관산엔 이청준 등 문학혼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사이 개울같은 폭포
장흥삼합, 된장물회, 갑오징어 먹찜 일품
‘축제’ 소등섬, 한승원-한강 여닫이 해변
충무공 12척옆 선학동, 한폭의 파스텔화
소등섬 [장흥군청 제공]
여닫이해변 [여행기획 지앤씨21 드론촬영]
장흥 천관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청준 원작, 임권택 감독 영화 ‘축제’의 배경 소등섬, 득량만을 호령하는 해안 거탑 정남진전망대, 한승원-한강 부녀의 문학혼이 짙게 밴 여닫이해변, 명량대첩 열두척이 권토중래했던 회진 등, 장흥 해안의 아름다움과 서정, 인문학은 말해 무엇하랴.

이번엔 장흥의 산이다. 바다의 아름다움 못지 않게 장흥의 산들도 하늘과 땅의 제왕 기세로 당차다.

고려시대, 관산읍 옥당리에서 태어나 국모의 자리에 오른 공예태후(인종의 비)가 자식(의종,명종,신종 등 임금 만 셋) 여럿 낳아 왕실을 번성하게 하자, 고려 황제가 그녀의 고향을 ‘길게 흥하라’는 의미로 장흥(長興)이라 칭하고, 남도 해안 거점으로, 준광역단체장 부사가 관할토록 승격시켰다.

▶제암산, 억불산 우드랜드= 장흥 사람들과 충성스런 바다는 하늘의 왕관 천관산과 지상 임금의 품격을 상징하는 제암산이 지킨다.

제암산 6월 주인공 멤버 체인지

제암산은 임금 제(帝)자 모양의 3층 형태로 높이 30m 정도 되는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이 정상의 바위를 향해 주변의 바위와 봉우리들이 경배하는 모습이어서, 임금바위 제암이라 불렀다.

6월에 접어들면서 붉은 춘색은 점점 줄어들고 초록이 완연하다. 다양한 등산 코스 중 장동면 감나무재에서 출발해 작은산~큰산~제암산 정상~곰재~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를 택하면 다양한 매력을 얻겠다.

과거 기우제를 지내던 제암산 정상 제암단에 다가설수록 더욱 높고 힘차게 솟구친다. 기암 괴석의 백댄서 노릇이 요란한 가운데, 단에 오르면, 멀리 무등산까지 주변 고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억불산 우드랜드 홍가시 군락지와 미로정원

억불산 북쪽 자락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엔 불혹~지천명의 편백나무들이 빼곡이 서식한다. 그 사이로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자연과 어울리는 체류형 쉼터와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단지, 말레길, 홍가시나무 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산 가운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시청각 힐링을 제공한다. 문체부 웰니스관광지인 이곳 편백소금찜질방에서 테라피형 휴양체험도 한다.

우드랜드 개울 같은 폭포

▶선학동마을= 충무공의 열 두척이 역전승의 기회를 엿보던 회진항 서쪽 4㎞ 지점, 서산저수지에서 동남쪽을 보면, 학 한 마리가 긴 나래를 펴고 마을을 감싸는 모습이 보인다. 저수지에서 반영까지 드리워지니 학은 두 마리가 된다.

이를 어릴적부터 보며 자란 이청준은 신선같은 학이 마을 감싸안고 있다고 느꼈고, ‘서편제’ 속편 ‘선학동 나그네’를 이곳을 배경으로 집필하면서, 이 마을은 선학동으로 굳어진다.

선학이 나래를 편 선학마을엔 보리가 익어가고 있었다.

충무공의 열두척이 암중모색하던 회진항 뒷마을에서 진목리에서 이청준은 자랐다. 청준은 광주일고 재학때 집이 팔린 줄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눈쌓인 어느 날, 팔린 집을 부랴부랴 다시 빌려 아들을 재운 어머니와 함께, 마을 팽나무를 지나, 시외버스가 다니는 대덕읍 연지삼거리까지 눈길을 걸었고, 천천히 걷는 동안 아무 말 없던 모자의 눈물 겨운 서정과 애환은 소설 ‘눈길’에 담겼다.

‘선학동 나그네’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으로 거듭나 마을 전체는 스크린셀러라는 명예를 덤으로 얻는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선학동마을 유채꽃바다 노남보색대비는 지났어도, 다양한 여름작물과 꽃이 새로운 파스텔화를 그려낸다.

도시의 나그네들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는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쉬기에 참 좋다. 수박이나 막걸리가 있다면 금상첨화.

천관문학관

▶천관산과 천관문학= 제왕의 산과 짙은 서정의 바다 사이를 탐진강이 이어주는 장흥은 누가 가든 문학소년, 문학소녀가 되는 곳이다. 관동별곡 보다 30년 앞선 가사문학의 효시 관서별곡의 백광홍이 16세기 문향의 기치를 높이 든 이후, 위백규 등 수많은 장흥문학인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었다. 천관산에는 책 여러 권을 꽂아둔 듯한 모양의 책바위도 있다.

고인돌 94기, 회주(장흥)고성 성터가 있는 천관산 동쪽 방촌리에서 상생의 공동체를 이끌며 실학을 탐구하고 문학혼을 불태웠던 위백규의 터전이 있고, 어르신들 쉬라고 심은 해송(효자송)은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이후 장흥은 ‘병신과 머저리’, ‘잔인한 도시’ 등의 이청준 소설가, ‘녹두장군’의 송기숙 소설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소설가가 나고 활동한 곳이며, 문학의 노벨상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이 아버지 한승원의 문학혼을 배운 곳이다.

이청준 생가

장흥 문향의 자취는 천관산문학공원,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 정자들, 여닫이해변 문학산책로, 덕도, 신덕리 등등 곳곳에서 느낄수 있다.

천관산 기슭의 천관문학관에는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한강, 아동문학가 김녹촌, 차기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이승우까지, 다양한 문학전시물들이 벽면을 가득 채운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 수십 점이 판넬로 문학관 곳곳에 걸려 있고, 신진작가들의 집필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천관산문학공원엔 전상국·구상·안병욱·문병란·박범신·이성복 등 타지역 문학리더의 작품까지 자연석에 새겨 넣은 54개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해동사

▶해동사= 안중근 의사가 장흥에? 장동면 만수리에 있는 해동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가 안중근의사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다. 2019년 12월 26일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로 지정되었다.

1955년 장흥에 살던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이 순흥 안씨인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 죽산 안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학자 안향을 배향하는 곳 옆 전각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영정 2점과 친필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고, 정면에는 위패와 영정사진이 있다.

국민감동의 문학과 구국의 의기가 장흥의 절경과 함께하기에 ‘마음에서 장흥까지 거리가 0㎞’라는 MZ세대 장흥관광 젊은 공무원의 재치에 공감이 간다.

탐진강 옆에서 맘껏 뛰어노는 장흥 청소년들.

▶장흥 먹거리= 키조개 관자, 참나무 표고버섯, 장흥한우로 이뤄진 장흥삼합은 한번에 세가지를 먹으려는 부류와 따로 따로 먹다가 때때로 이합,삼합을 하겠다는 여행자들로 나뉜다. 선택은 자유. 정남진 토요시장이 장흥삼합의 메카다.

된장물회는 청양고추를 썰어넣은 된장국물에 농어 등 육질 부드러운 횟감을 섞어 만든다. 술 안주인데, 숙취 해소에 좋아 자꾸 술이 깬다는 너스레가 나온다. 밥 말아먹으면 더 좋다.

갑오징어 먹찜 볶음밥
장흥삼합 구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장흥 갑오징어을 먹던 한 동해안 여행자는 “내 고향 것은 을오징어인가?”라는 너스레와 함께 갑오징어 회, 먹찜, 블랙볶음밥을 폭풍흡입을 한다. 영양도 풍부해 약으로도 쓰이는 갑오징어는 먹물과 함께 먹으면 고소함과 영양이 배가된다. 회로 먹어도, 먹찜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전국 키조개 생산의 84%를 차지하는 장흥 키조개는 건강한 갯벌에서 자라 부드럽고 향긋하며 살이 연하다.

정남진 여름 보양과 천관 문학 바캉스를 모두 도모한다면, 길게 흥하리라.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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