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이정아의 현장에서] ‘ESG 경영’은 반짝 트렌드가 아닙니다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두 그룹 모두 주요 투자 분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부문이 있다. 바로 ‘환경’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다시 말해 ESG 경영 관점에서 E(환경) 기준을 강화한 방침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당장 ‘어떻게’를 맡은 담당 실무자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백화점업계에서 14년간 근무한 한 브랜드마케터는 기자에게 “자칫하면 빚어질 수 있는 그린워싱 논란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ESG 경영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논해야 하는데 관련 자질이 부족하다고도 털어놨다. 편의점업계 8년차 MD(상품기획자)도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친환경 상품 개발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친환경인 건지 아닌지, 솔직히 가치 판단이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마케터 200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공인마케팅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40%는 ‘자신이 친환경을 말할 실력이 없다’고 답했다. 자신감 결여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실력 부족’을 이야기한 응답자 가운데 76%는 ‘자신이 브랜드의 친환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물론 누군가는 ESG 경영이 반짝 지나가는 트렌드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업은 이익 창출이 목표인데 현실적인 요건을 무시한 채로 ESG 경영이 오래갈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환경 부문을 강화한 투자 방침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확실한 점은 ESG 경영은 기업들이 ‘착해지자’고 만든 캠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무적으로 담기지 않은 숨은 비용을 드러내겠다는 투자자들의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ESG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ESG의 아버지’로 꼽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 곧 착한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이 가진 숨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기업 가치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투자자들의 욕망이 깔려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투자위기다. 기업들이 ESG 경영 장기전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들은 친환경을 고려한 대규모 투자 계획만이 아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체계를 함께 내놓아야 한다. 우선 상품 매입 기준부터 온·오프라인 물류 체인 시스템, 패키징 안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상품기획자부터 소비자와 소통하는 실무자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환경 교육도 수반돼야 한다. 더 나아가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기업이 환경을 위해 고민해온 그대로를 소비자와 솔직하게 대화한다는 진심이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가진 회사가 소위 말하는 ‘힙한 기업’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