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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정무 “클래식 음악과 미술의 대화…세계여행하는 기분일 것”
미술과 클래식 음악의 대화 시도
17일 롯데콘서트홀 ‘아무르 무지크’
‘미술 안내자’ 양정무 한예종 교수 해설
  
 전 세계 오페라극장으로 떠나는 여행
 극장에 얽힌 미술ㆍ음악 소개
 런던 시작ㆍ뉴욕~파리에서 샤갈로 마무리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 연주
 
 “새로운 시도 통해 클래식 음악ㆍ미술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장르되길”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며 대중에게 ‘미술사 안내자’ 역할을 해온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미술과 클래식 음악이 만난 ‘아무르 무지크’의 해설을 맡아 관객과 만난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친한 친구’일 것 같던 미술과 음악은 사실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음악의 성인’ 베토벤, 천재 모차르트의 초상화는 왜 B급일까요? 왜 이렇게도 위대한 음악가들의 초상이 없고, 19세기 이전의 초상화는 B급 이하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대부분 이름도 잘 모르는 로컬 화가들이 그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은 대중의 세계인데, 그 당시의 미술은 최상류층의 세계였어요. 음악도 미술과 마찬가지로 소수들이 즐긴 세계였기에 일반 사람들과는 유리된 부분이 있었어요. 그만큼 두 분야의 적극적인 교류도 없었고요.”

미술과 클래식 음악이 만나 탄생한 ‘위대한 작품’이 있을 법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흔치 않다. 1874년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가 그의 친구인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쓴 ‘전람회의 그림’ 정도다.

최근 만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는 “클래식 음악과 미술은 같은 전통 매체인데 서로 대화한 적이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최고 경영자 데이비드 웹스터 초상화 [로열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

대화가 필요한 두 장르의 ‘신선한 만남’이 시작됐다.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며 대중에게 ‘미술사 안내자’ 역할을 해온 양정무 교수를 통해서다. 그는 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아무르 무지크’의 해설자를 맡아 미술과 음악의 대화를 끌어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롯데문화재단의 엘 콘서트 시리즈 ‘아무르 무지크’의 첫 공연인 ‘음악과 미술 - 세계 오페라 극장의 예술여행’이다.

이 공연은 양 교수와 조이오브스트링스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성주 한예종 교수가 머리를 맞대 성사됐다. 처음 기획한 것은 일 년 전이었다. 양 교수는 “음악과 미술의 조우를 공연으로 구현하려니 쉽지 않았다”며 “특히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 중 미술과 관계된 것이 생각보다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신선한 포맷으로 담아보려 기획회의를 수차례 거듭했다. 해답은 오페라 극장을 주인공으로 가져오면서 찾았다. 공연에선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러시아 볼쇼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오페라 가르니에와 관련한 미술 이야기를 들려주고,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가 이곳에 얽힌 음악을 연주한다.

영국 예술의 심장으로 자리한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로열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

공연은 객석에 앉아 떠나는 ‘세계 도시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로 13m, 세로 7m(500인치)의 대형 스크린이 거대한 롯데콘서트홀의 합창석을 가리고 전 세계 오페라 극장으로 안내한다. 양 교수는 “공연장에 앉아 세계여행을 하는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여행지는 런던이다. 런던대 미술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양 교수가 즐겨 찾던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얽힌 건축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영국 예술의 심장부’인 이곳 현관을 장식한 고대 그리스 시인, 연극 역사 속 인물을 표현한 부조 작품도 볼거리다. 팝아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의뢰해 제작한 극장의 최고 경영자인 데이비드 웹스터의 초상화가 코로나19로 겪은 재정난으로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진 사연도 함께 다룬다. 음악으로는 영국 작곡가 홀스트의 성 바울 모음곡 29번 중 2번 간주곡이 연주된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을 수놓은 샤갈의 ‘꿈의 꽃다발’

이어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활동한 음악가의 초상화 조각을 보며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무제타의 왈츠를 감상하고, 러시아를 지나 조지 거쉰의 음악과 함께 하는 뉴욕을 거친다. 대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파리에서 장식한다. 비제의 현을 위한 카르멘 판타지가 울리는 시간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하우스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선 마르크 샤갈과의 만남이 기다린다. 메트로폴리탄 하우스의 건물 전면부 양측엔 마르크 샤갈의 ‘음악의 승리’와 ‘음악의 기원’을, 오페라 가르니에엔 샤갈의 ‘꿈의 꽃다발’이 천장을 수놓는다.

‘관전 포인트’는 어려운 미술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달해온 양 교수의 시각을 만나는 것이다. 오랜 역사 안에서 만들어간 오페라 극장, 그 안에 담긴 클래식 초연과 미술의 이야기, 시간을 뛰어넘은 지금의 우리가 바라보는 역사가 흥미롭게 얽힌다.

“19세기 대부분의 오페라 극장은 계급성이 있어요. 공연장 안에 언덕길이 이뤄지고 로열박스가 있어 그곳에서의 아우라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무대와 관객이 긴장 관계를 가진 구조인데, 시대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요. 19세기 오페라의 역사성이 21세기 문맥 안에서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같이 풀고자 해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롯데문화재단 제공]

양 교수는 특히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벌어진 예술활동들이 이 도시와 얼마나 어우러졌는지도 들려주려고 한다. 고민 중인 부분은 개인적 이야기를 통한 스몰 토크의 비율”이라고 말했다. 드레스 코드까지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 해외 오페라 극장의 문화와 도시 분위기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다. 다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적다. 그는 “20~30분 정도의 시간이 할애된 만큼 날카롭고 유쾌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음악이 메인이 되는 공연인 만큼 음악을 돋보이는 해설을 더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음악계에도 해설을 겸한 다양한 연주회가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과 미술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교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두 장르의 대중화에도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즐기려면 곁가지가 많아야 해요. 미술도 그렇거든요. 직구만 던져선 안되고, 일화가 있어야 해요. 음악이 미술을 감싸고 있고, 음악으로 미술을 설명할 수 있는 이러한 시도가 대중에게 잘 전달 된다면,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후학을 양성하는 학자이자, 미술사의 진입장벽을 낮춘 안내자로서 양 교수가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시작한 ‘예썰의 전당’(KBS1), 앞서 종영한 ‘신기한 미술 나라’(tvN) 등의 TV프로그램은 물론 2016년부터 집필 중인 미술사 저서 ‘난처한 미술이야기’로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아우르는 미술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고대부터 21세기까지를 다룬 이 책은 미술계의 베스트셀러로 5월 중엔 7권인 ‘로마 르네상스’ 편이 나온다.

“‘난처한 미술이야기’를 쓰면서 미술과 대중 사이의 접점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책을 통해 각 시대마다 사고의 범위를 짚고, 우리의 언어와 시각,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술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전문성을 가진 학자로서 대중과 호흡하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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