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익준 감독(오른쪽)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한국 영화계의 '원조 월드스타'로 칭해지는 배우 고(故) 강수연의 빈소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9일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수연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2016년 개막작 '춘몽'에 배우로 출연한 양익준 감독은 오후 2시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양 감독은 빈소를 지키는 장례위원장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마주한 후 눈물을 흘렸다.

영화 '씨받이'(1986),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강수연을 월드스타로 만든 임권택 감독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오전 10시께부터 두 시간가량 고인 곁을 지켰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함께 출연한 원로배우 한지일도 전날에 이어 다시 빈소를 찾았다.

한지일은 "우리 강수연씨는 참 당찼는데, 임 감독도 '저렇게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연기를)하느냐'고 했다"며 "저는 강수연씨를 토끼라고 했는데 발랄하고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지금도 뒤에서 '선배님'이라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강수연이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제가 달려갔었는데"라며 "사경을 헤맬 때 손이 점점 차가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울먹였다.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

과거 한 방송에서 초등학생 때 첫사랑이 강수연이었다고 밝힌 배우 김보성은 오후 3시께 빈소를 찾았다.

김보성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여배우인데 갑자기 이렇게 돼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며 "한국 영화를 발전시킨 최고의 의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려울 때 전화로 통화했던 기억이 있다. 떡볶이 장사를 한다고 하니 힘내라고,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강수연 선배님을 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예지원도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다시 조문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에 고인과 함께 출연해 나란히 청룡영화상 남녀주연상을 받은 문성근도 방문했다.

배우 이병헌이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

강수연이 생전에 종종 찾았다는 이태원의 한 술집을 운영한다는 김모 씨도 조문을 마쳤다.

김 씨는 "언니는 카리스마 있고 똑 부러졌다. 시원시원한 성격인데 외로움도 많이 타 술을 한 잔씩 하고 갔다"며 "며칠 전에도 가게에 왔다 갔다. 몸이 아프다고는 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종, 김석훈, 심은경, 양동근, 유해진, 장혜진, 정유미, 이연희 등 동료 배우들과 강우석, 김의석, 이창동, 박광수, 김초희, 이정향 감독, 가수 박미경,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 등 영화인과 문화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7일 5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