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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김영하 9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인사’외

▶작별인사(김영하 자음, 복복서가)=2020년 2월 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회원들을 위해 쓴 소설을 새롭게 개작했다. 당초 바로 일반독자를 위한 단행본을 정식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고쳐쓰기를 반복, 결국 2월의 작품과 전혀 다른 작품이 됐다. 400매 가량의 원고는 800매로 늘었고 주제도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가르는 경계는 무엇인가를 묻던 소설은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란 질문으로 옮겨갔다. ‘작별인사’는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로, 배경은 멀지않은 미래다. 소설은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따라간다. 유명한 IT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기계와 클론, 휴머노이드와 비인간들이 섞여있는 곳에서 난생 처음 폭력적 상황에 처한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하지만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우정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작가는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컬러의 시간(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윌북)=인간에게 색은 어떤 의미인지, 미학에서 문화사, 과학까지 일곱가지 기본 컬러와 사회문화의 얽히고 설킨 역사적 관계를 풀어냈다. 색은 과학적으로 400~700나노미터 가시광선이지만 빛을 색으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뇌다. 색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의미와 상징이 덧붙여졌다. 흔히 검정은 흔히 결핍·어둠악·불결함으로 여기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비옥한 토양의 색, 생명의 색으로 숭배 받았다. 같은 색도 시대와 역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하양은 순수, 생명, 빛과 동일시되지만 아시아 몇몇 지역에선 죽음의 색이다. 빨강은 언제나 위반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그런가하면 파랑은 전세계인들의 색 선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색이다. 저자에 따르면, 파랑이 물리적으로 ‘가장 포착하기 힘든 색’이기 때문이다. 색은 우리 안에서 살아움직인다. 페르시아 시인이 들려주는 노래와 밀턴의 ‘실낙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학과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컬러 이야기는 끝이 없다. 무엇보다 저자가 도슨트가 돼 컬러가 강조된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탄생 배경과 예술가가 걸어온 삶의 궤적, 색이 사용된 방식을 설명한 대목은 돋보인다. 빨강이 두드러지는 아나 멘디에타의 ‘실루엣’, 태양의 노랑에 눈이 멀듯한 윌리엄 터너의 ‘레굴루스’, 보라의 바다인 클로드 모네의 ‘국회의사당, 갈매기’까지 왜 그 작품이 시각적으로 우리를 사로잡는지 들려준다. BBC 예술 다큐멘터리 진행으로 이름난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자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색의 세계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차경진 지음,시크릿하우스)=흔히 고객이 물건을 구매한 디지털 정보만 있으면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행동정보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차경진 한양대 교수는 개인이 원하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에서 맥락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무작정 쌓여있는 데이터에서 시작하기보다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먼저다. 이후 그 가치를 주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인지 규정하고, 만약 그런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풀어내고 싶은 문제의 정의가 선행돼야 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이 살아가는 삶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이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락 맥락 탐구와 함께, 사람들이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라이프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주는 고객 경험 디자인은 단 한번의 혁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 디지털 가치 루프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의 경우, 한정판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기프티콘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이해하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예시로 든다. 책은 데이터 디자인을 통해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프레임과 분석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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