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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해제되면 끝? ‘비대면 대세’ 노량진은 아닙니다”
수험생 사라진 노량진 고시촌
코로나 탓 ‘비대면 강의’ 익숙해져
노량진 상가에 ‘임대 중’ 건물 많아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앞. 점심시간이지만, 거리가 한산하다.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 21일 오후, 점심시간을 맞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앞. 한때 노량진 수험생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거리였지만, 절반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대여섯 곳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한 하현주(57) 씨는 “예전만큼 장사할 거란 기대가 없다”며 “오늘(21일)은 점심까지만 장사하고 손녀를 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 가게 맞은편에는 ‘임대’ 안내판이 붙은 텅 빈 가게들이 줄 지어 있었다. 하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다 잘 된다고. 올해까지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더구나 노량진은 수강생도 많이 줄어들었고, 요즘 수강생들이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촌의 분위기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많은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이 노량진을 떠났다. 그나마 있던 수강생도 ‘비대면 강의’에 익숙해져 이전만큼 노량진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있다. 22일은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불금’이지만, 상인들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노량진을 떠났다 14개 월만에 돌아온 박모(49) 씨도 변한 노량진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박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가게를 휴업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거리두기 해제에 맞춰 지난 15일부터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만난 박씨는 “과거에는 수험생 일정에 맞춰서 나도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험이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도 모른다”라며 “주말이 평일보다 30% 손님이 많은데 대부분 수험생이 아니라 놀러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

상인들의 지적처럼 노량진의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 수험생은 점점 줄고 있다. 시험 과목이 개편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험을 접은 기존 응시생이 늘었다. 실제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2대 1로, 19.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1993년 이후 최저치였다. 5672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수험생 16만5524명이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35 대 1, 그 전해인 2020년에는 37.2 대 1로 최근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였다.

수험생들의 공부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아침부터 학원을 가는 수험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강의’가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교직 임용을 준비하는 김지원(26) 씨도 노량진을 일주일에 1~2번만 방문한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가 터져 학원을 못 가는 상황이 생기자 많은 학원들이 ‘온라인 강의’를 제공했다”며 “그때 수험생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 4명도 현장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이날 노량진 일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5곳을 돌아본 결과, 손님 절반가량이 비수험생이었다. 수험생이 많이 모이기로 알려진 6층짜리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최근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도 적은 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도 비수험생이 많은 ‘주말 손님’을 기다린다. 노량진 상인들은 주말에는 노량진수산시장 등에서 유입된 손님들로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대형 고깃집 직원은 “공시생이 아니라 영등포, 노량진수산시장 등에서 넘어온 손님이 주말에 많다”며 “최근 주말에는 거리두기 이전 수준만큼 잘 나오는 편인데, 이번 주말이 지나야 거리두기 해제가 효과가 있을 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기대감이 상인마다 다르다고 지적한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는 “영업시간이 해제된다고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급속도로 좋아진다고 할 수 없다”며 “코로나를 거치며 상황이 악화된 상권도 있는 만큼 최소 6개월 이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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