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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은 고소·고발전…귀족아파트 타워팰리스에서 무슨 일이 [부동산360]
20년 관리업체 변경 놓고 충돌
새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업체 변경 추진
입찰공고, 새 관리업체 선정 불법 논란
기존 회장 해임, 새 회장 뽑아…치열한 소송전
국내 대표적인 고급아파트 중 하나인 타워팰리스에서 관리업체 선정을 놓고 입주자간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신정이 회장이 관리비 통장의 명의를 바꾼 것을 놓고 반대파들이 “신정이는 감옥으로”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신 회장은 입주민들을 향해 “절차어긴 동대표 선거무효”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앞에 걸어진 플래카드.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박일한·서영상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사거리엔 전운이 감돌았다. ‘불법행위에 동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업무방해금지 소송중입니다. 타워팰리스1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신정이’라고 써 붙인 플래카드 바로 옆에 반대측이 걸어놓은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란 살벌한 내용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단지를 둘러싸고 신정이 회장과 신정이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경쟁적으로 걸어놓은 20여개의 플래카드가 혼란스러웠다.

‘귀족아파트’란 별칭으로 통하는 강남 타워팰리스1차가 요즘 시끄럽다. 이날 단지 내엔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존 입대의 회장을 인정하지 않는 주민들은 최근 동별 대표를 새로 뽑고, 이날 새 회장을 선출했다.

이로써 타워팰리스1차엔 2명의 입대의 회장이 존재하게 됐다. 이날 새로운 입대의 회장이 된 육세라 회장은 지난해 12월2일 취임한 신정이 회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관리업체를 새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난무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라며 “신 회장은 이미 해임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은 “단지 내 유일한 합법적 입대의 회장은 나 뿐”이라며 “기존 관리회사인 ‘타워PMC’측이 단지를 불법 점거하며 정상적인 입대의 회장 직무를 막고 있다”고 했다.

타워팰리스1차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비방전’ 얼룩진 입대의 회장 선거= 발단은 지난해 10월 기존 입대의가 2002년부터 20년간 수의계약으로 관리업무를 맡은 타워PMC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입대의는 주민의견 청취를 통해 12.2%(183가구)가 재계약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 10% 이상 반대하면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약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 9기 입대의 임기는 그해 10월31일 종료됐다. 새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새로 구성된 10기가 해야 했다. 그런데 10기 입대의 회장 선거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동대표 가운데 회장으로 2명이 출마했는데 심각한 인신공격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쪽은 상대방을 향해 시간강사 신분인데 정교수인 것처럼 이력을 속였다고 공격했다. 반대쪽은 상대방에게 3대 방송국에서 MC를 했다는데 방송국 기록에선 찾을 수 없다는 등 비방전을 벌였다.

어쨌든 회장 선거 결과 신정이 회장이 당선돼 12월 2일이 취임했다. 그렇게 10기 입대의가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회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상대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허위경력 등의 이유에서다. 이전에 없었던 단지 내 충돌은 그렇게 시작됐다.

▶새 관리업체 입찰과정 논란= 새 입대의는 서둘러 새 관리업체 입찰공고 절차를 진행했다. 12월31일로 타워PMC와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어서 업무 공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해 12월21일 10기 동대표가 모여 입찰공고 관련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회의 과정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 회의장에는 신 회장을 포함해 6명의 동대표가 참석했다. 전체 8명의 동대표 중 3분의2에 해당해 정족수를 채웠다. 이들은 4대2로 입찰공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입찰 공고 관련 세부 사항을 논의하던 중 입찰공고에 반대했던 2명 중 한명이 갑자기 사퇴서를 제출하고 나가버렸다.

이는 입찰공고 유효성 논란으로 확산된다. 신 회장을 반대하는 쪽에선 동대표 한명이 중간에 사퇴했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한다. 신 회장측은 이미 의결을 마친 후 사퇴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날 의결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신 회장은 입찰공고를 내고 새 관리업체를 뽑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참여 업체 부족으로 1차와 2차 입찰이 무산된 후, 2022년 2월10일 3차 입찰에 ‘우리관리’, ‘AJ대원’, ‘자이에스앤디’가 참여해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토대로 우리관리를 새로운 관리회사로 선정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붉어진다. 이중 자이에스앤디 입찰 서류를 신 회장이 직접 연락해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신 회장을 반대하는 측은 입찰공고에 적시한 입찰 서류 접수처인 생활지원센터(관리사무소)가 아닌 신 회장이 직접 받은 응찰접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결국 2개 업체만 입찰했기 때문에 3차 입찰도 참여업에 부족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고급아파트 중 하나인 타워팰리스에서 관리업체 선정을 놓고 입주자간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관리업체 선정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제시하며 상대를 비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앞에 걸어진 플래카드. [서영상 기자]

▶커지는 충돌, 확대되는 소송전= 신 회장은 반대측의 주장에도 2월23일 우리관리와 계약을 맺었다. 입찰서류 접수를 자신이 받은 게 법적인 하자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 우리관리는 3월4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단지 내 생활지원센터로 향한다. 하지만 기존 관리업체 타워PMC는 우리관리를 불법 입찰로 낙찰받은 업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두 회사간 충돌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관리와 타워PMC는 서로를 업무방해로 고소한 상태다.

신회장 측에 따르면 2월부터 아파트 단지에선 신 회장을 비방하는 방송이 수시로 흘러 나왔다. “신정이가 110억원을 횡령했다”, “신정이가 은행에서 (횡령한 금액의) 출금을 시도했다”, “우리관리가 쳐들어왔다”는 등의 내용이다.

‘신 회장 110억원 횡령 논란’은 신 회장이 타워PMC측 센터장(관리소장), 타워PMC 대표, 입대의 회장 3인 공동명의로 된 입대의 통장을 입대의 회장 1인 명의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그 통장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포함해 110억여원의 관리비가 들어있다. 신 회장은 “계약이 끝난 타워PMC측이 부당하게 돈을 빼갈 수 있다고 판단해 통장을 재발급한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타워PMC 관계자는 “관리업체와 함께 관리되어야할 관리비 통장을 신 회장이 내놓지 않아 직원들 월급도 3달째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관리비 통장을 사유화 하고 있어 경찰에 고발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국내 대표적인 고급아파트 중 하나인 타워팰리스에서 관리업체 선정을 놓고 입주자간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앞에 걸어진 플래카드. 플래카드가 단지 전체를 감싸고 있다. [서영상 기자]

▶그들만의 리그?= 신정의 회장은 단순히 아파트 단지 입대의 회장이 바뀌고, 관리업체를 바꾸는 일인데, 이렇게 각종 비방전과 소송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기존 관리업체인 타워PMC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타워PMC를 다른 관리업체로 교체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반대파를 내세웠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측에 따르면 타워PMC는 단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입주 때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20년간 관리하면서 단순 관리업체를 넘어 동대표 및 회장 선출에 관여하고, 관리업체를 새로 뽑는 입찰 규약도 손봐 다른 업체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타워PMC측은 2016년 관리업체 입찰자격 기준을 변경했는데, 40층 이상 단지의 커뮤니티 관리 실적이 있는 회사라는 조건을 붙여 웬만한 회사는 입찰을 못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 단지엔 타워PMC의 대표이사, 타워PMC가 용역을 준 경비회사 대주주 등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단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신 회장측은 보고 있다. 신 회장측 관계자는 “펜트하우스 특정 가구에 속한 불법 옥상정원 때문에 아래층으로 물이 새 여러번 시정 요구를 해도 타워PMC는 관리회사로서 이런 상태를 5년째 방치했다”며 “입주민이 강남구청에 신고해 과태료 처분이 나왔어도 무슨 일인지 계속 시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친 타워PMC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판결, 충돌 불가피= 신정이 회장을 반대하는 측은 합법적인 입찰공고 절차를 따르지 않고, 회의록도 입주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관리업체 변경을 시도한 신 회장을 해임하는 절차를 추진하는 건 정당하다고 했다.

기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선관위 간사인 타워PMC측 센터장이 직접 나서 올 2월 3일 해임투표 공고를 강행했다. 그리고 같은달 10일 투표 결과 주민 59% 투표, 89% 찬성으로 해임이 확정됐다고 공고한다. 타워PMC 관계자는 “올 1월 주민 10분의1의 해임동의를 받아 선관위에 접수했는데, 안건을 처리하지 않아 선관위 간사가 직접 업무를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 회장측은 기존 선관위의 정상적인 표결을 거치지 않은 해임 추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에 행정기관과 법원의 판단은 다소 엇갈린다. 2월 말 민원 실태 조사를 한 강남구청은 “선관위가 아니라 참관인과 관리사무소 직원이 (입대의 회장 해임) 선거를 진행한 것은 선거 절차의 중대한 하자”라며, 회장 해임 투표 결과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이달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신 회장이 타워PMC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타워PMC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신 회장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해임투표 결과를 무효에 이르게 할 정도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신 회장을 입대위의 대표자라 보기 어려운 만큼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낸 업무방해금지신청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 판단에 따르면 올 2월 초 신 회장 반대 입주민들이 진행했던 회장 해임은 유효하다. 따라서 그 이후 신 회장이 우리관리와 맺은 계약 등 임대의 회장으로서 업무는 모두 무효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신 회장측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거나 또는 본안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타워팰리스는 앞으로도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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