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디지털 뱅킹에 ‘휴먼터치’가 필요한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디지털 뱅킹의 확산과 가속화에 전례 없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고객과 은행 직원 간 물리적인 접점이 최소화하면서 은행 영업점들이 문을 닫고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함에 따라 고객 행동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은행 창구에서 진행된 입출금·이체 거래가 6.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방문을 통해 돈을 찾거나 보낸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뱅킹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앞으로 고착화할 수 있을까. 디지털 거래 과정에서도 고객의 충성도는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딜로이트가 미국 소비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팬데믹 이후 은행 선호도를 조사한 ‘2021 디지털 뱅킹 컨슈머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뱅킹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입출금과 같이 단순한 일상 거래를 할 때는 디지털 채널을 사용하지만 복잡한 거래는 직접 대면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선호했다. 디지털 뱅킹은 편리하지만 이 같은 환경에선 인간적인 경험과 교류가 부족하기에 신뢰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응답자의 35%가 금융과 관련한 조언을 얻기 위하여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오직 8%만이 같은 목적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영업점에 대한 선호는 비단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1도 재정적인 자문을 얻기 위하여 은행 방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부터 2010년 이전까지 태어난 세대)는 상대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보다 주거래 은행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거래 은행을 더 자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바꿔도 수수료가 과거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거래하는 계좌 수가 적고 은행 직원들과의 교류 역시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대신 청년층은 핀테크기업이나 정보기술(IT)기업들에 대한 영향으로 은행에 대한 기대 수준이 훨씬 높았다.

디지털 뱅킹의 흐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보안 리스크를 완화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면 혹은 비대면 경험에도 ‘휴먼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에 속하는 응답자의 4분의 1이 은행 직원과 화상으로 상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상품 자문이나 단순 거래를 넘어 믿을 수 있는 금융파트너와 더욱더 원활하고 인간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점에서 직접 거래를 하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온라인 뱅킹을 하든, ‘원격 화상상담 서비스’와 같은 ‘휴먼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뱅킹은 새로운 진화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은행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경험은 결제와 금융 서비스만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수준이어선 안 된다. 금융거래를 할 때 더욱 인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신뢰를 끌어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성향에 맞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디지털 뱅킹 전반에서 인간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 디지털 경험을 보다 인간화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온리’에서 ‘선택에 의한 디지털’로 서비스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등에선 휴먼 터치 서비스를 잃어선 안 될 것이다. 보다 유의미하고 인간적인 디지털 뱅킹의 경험이 향후 은행과 고객의 관계 지속성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신병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금융산업 리더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