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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하이퍼 리얼리즘’ 유튜브 세 채널
‘아싸’ 사회초년생 찌질함 담은 ‘1분 뮤지컬’
시청자댓글 더한 연애·우정·대학생활 ‘픽고’
완벽 고증 생활공감형 5분 콘텐츠 ‘숏박스’
신선한 소재·극사실 일상묘사로 위로·공감
픽고 채널의 ‘아싸인 척 하는 인싸’
숏박스 채널의 ‘장기연애’콘텐츠 중 ‘벚꽃놀이’
요즘 유튜브에선 소위 말하는 ‘하이퍼 리얼리즘’콘텐츠가 인기다. 흉내내듯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짜 ‘나의 삶’을 복사해낸 ‘극사실주의’ 콘텐츠로, ‘1분 뮤지컬’과 ‘숏박스’, ‘픽고(PICKGO)’ 채널 등이다. ‘숏박스’ 채널의 KBS 공채 개그맨 30기 김원훈(왼쪽부터), 32기 엄지윤, 31기 조진세, ‘픽고(PICKGO)’ 채널의 고낙균 대표, 이민지 PD, ‘1분 뮤지컬’ 채널의 권순용 PD. [유튜브 제공]

“부장님, 저 때려 치울랍니다. 더러워서 못 해먹겠어요. (중략) 매일 같은 야근에 이 시국에 술자리, 연봉은 왜 또 동결인가요?”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1분 뮤지컬’ 채널의 ‘사직서’. 누구라도 겪었을 감정과 경험들이 60초의 영상 콘텐츠에 담겼다. ‘좋아요’ 숫자만 해도 15만개에 달한다. 퇴사 사유가 ‘열 손가락’도 모자란다더니 ‘연봉 인상’ 이야기에 ‘충성심 한가득’ 담아 “부장님, 장난인 거 아시죠? 다시 한 번 열심히 할게요”라며 감정을 실어 노래한다.

‘1분 뮤지컬’은 누구나의 ‘평범한 일상’을 유튜브로 가지고 들어왔다. 사회초년생들의 소소한 애환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날들을 노래와 대사로 담았다. 생활밀착형 가사들이 위로와 공감이 되고, 때론 가슴을 크게 때리다가도 심각하지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접근하는 태도에 인기가 높다. 지금은 직장인이 된 고교 동창 네 명이 모여 만든 콘텐츠다.

‘1분 뮤지컬’의 권순용 PD는 “우린 흔히 말하는 ‘인싸’도 아니고 ‘아싸’에 가까운 찌질한 사람이다. 그 모습을 담아보자는 마음에서 영상을 만들었다”며 “일상 속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뮤지컬이라는 형태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채널의 구독자는 18~24세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소위 말하는 Z세대이자, 사회초년생들이 ‘1분 뮤지컬’을 즐겨본다. 회사생활 이야기가 많고, 군대 이야기도 적지 않다 보니 남녀 구독자의 성비는 무려 9대1이다.

권 PD는 “누구나 찌질함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찌질함을 담은 내면의 생각을 저희가 대신 노래로 부르고 말하다 보니 모두가 공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유튜브에선 소위 말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가 인기다. 흉내내듯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짜 ‘나의 삶’을 복사해낸 ‘극사실주의’ 콘텐츠다. ‘1분 뮤지컬’을 비롯해 ‘숏박스’, ‘픽고(PICKGO)’ 채널도 마찬가지다.

연애, 우정, 대학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픽고’ 채널의 구독자는 10대 후반부터 30대. 1835 세대가 70%를 차지한다. ‘픽고’의 이민지 PD는 “20대에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떠올려 아이디어를 찾고, 이 영상에 대한 공감 여부를 콘텐츠 제작에 중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여느 드라마 속 인물들과는 다르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같은 흔한 캐릭터 대신 어딘가 빈틈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 PD는 “캐릭터를 짤 때는 결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람들의 특징을 주제로 삼다 보니 뻔한 것이 나올 수도 있는데,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픽고’ 채널의 지향점은 ‘시청자 참여’다. 영상의 남은 이야기를 시청자가 채워나가며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 PD는 “영상에 담긴 이야기에 자신의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 안의 빈 곳을 시청자가 댓글로 채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픽고’의 콘텐츠는 때문에 ‘당신이 채우는 이야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KBS 공채 개그맨 30기 김원훈, 31기 조진세, 32기 엄지윤이 결성한 ‘숏박스’ 채널은 현실 고증을 거친 생활 공감형 5분 콘텐츠로 인기가 높다. 특히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후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찾는 새로운 ‘개그 무대’다. 소재는 역시나 일상이다. 김원훈은 “요즘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때론 홍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오래 사귄 연인의 ‘장기연애’ 콘텐츠는 채널의 인기를 견인한 콘텐츠다. 현재 334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2030세대의 구독자가 압도적이다. 엄지윤은 “일상에서 쉽게 보이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젊은 세대의 행동과 말투를 살펴본다”며 “Z세대의 언어와 상황이 표현되다 보니, 이들 사이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영상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핫’한 세 채널에서 공통된 ‘흥행 공식’이 나타난다. 신선한 소재의 생활밀착형 스토리,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공감이 핵심이다. ‘픽고’ 채널의 콘텐츠에는 “영상 속 캐릭터가 나의 이야기 같다”는 댓글이 많다. 이민지 PD는 “콘텐츠 속 캐릭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타인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나와 우리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흥행’을 목표로 하진 않았으나, 저마다의 채널이 지키고자 하는 점은 세 채널을 Z세대의 ‘최애 콘텐츠’로 만들었다. 트렌드를 좇지 않으면서 채널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순용 PD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콘텐츠, 10~20년 뒤에 봤을 때 ‘그 땐 그랬지’라고 하는 콘텐츠가 아닌 내 아들에게 보여줘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자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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