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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롭테크 파도 맞설 시스템 구축…잃어버린 신뢰 찾을 것”
협회장이 밝힌 공인중개업 쇄신 포부
자본 앞세운 대형 플랫폼 직접중개 반대
독과점체계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
의무가입 추진 법정단체 추진 공약
자격증 취득넘어 전문교육으로 신뢰 회복
규제일변도 대신 시장에 맡기는 방향 옳아
임대차3법 부작용 커…새정부에 철폐 요구
지난 1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종혁 회장은 직방 등으로 대표되는 프롭테크 기업들의 도전을 넘어설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 회장은 낮아진 국민의 신뢰도, 정부의 규제 등을 해결하는 데 자신의 임기 3년을 쏟아붇겠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올해 대선의 승패를 가른 건 다름 아닌 부동산이었다. 주거라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이면서, 동시에 자산증식을 향한 욕망의 대상이 된 부동산. 민심을 좌우할 정치 이슈가 된 부동산 거래의 최전선에 자리한 공인중개사들의 존재감은 그래서 한층 더 묵직해졌다. 50만 공인중개사를 대표하는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을 만나 뜨거운 감자가 된 부동산 문제와 테크 기업의 도전 속에 대변혁기에 돌입한 공인중개사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을 향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인정한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좋지 못한 점, 그래서 신뢰를 비롯해 인심을 잃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제는 ‘국민자격증’, ‘장롱자격증’으로까지 추락한 현실에 대해서도 수긍했다.

이 회장은 그래서 그의 임기 3년을 중개업계의 쇄신과 개업 공인중개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의 3년이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저희 협회가, 그리고 부동산 시장 자체도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였다”며 “협회 회원들의 사업하는 스타일이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업체에게 밀려나 도태되지 않게끔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밥벌이를 위한 잡(job)에 그치치 않는다. 자부심을 갖고 있는 커리어(career)에 알맞다. 직장을 18년 다니고 개인 사업을 5년하다 소위 ‘쫄딱 망한’ 그에게 공인중개사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은인 같은 존재다. 그는 “부동산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 이제는 대학교 강의 기회까지 주어지고, 박사까지 하게 되는 순탄대로가 이어졌다”며 “이종혁이란 사람의 개인적 삶에 큰 변화를 준 직업이라 애착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근래 급격히 추락한 공인중개사의 위상 약화는 속이 쓰리다. 그럼에도 중개사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철학은 분명하다. 그가 생각하는 중개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보이는 손’의 역할을 해야하는 존재다.

“매도인과 매수인, 각자가 사무실을 찾아올 때 원하는 가격이 있어요. 때로는 동상이몽인 경우도 있죠. 이 때 실질적으로 중개사가 가격 조정을 합니다. 매도인이 과도하게 가격을 부를 때 거래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이 공인중개사”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중개사들은 공부를 많이 해야하고 전문지식을 많이 갖춰야만 하는데 대체로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공인중개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을 거두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개업공인중개사의 협회 의무가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만들고자 한다.

“자격증 하나 따고 끝이 아니어야 합니다. 예컨대 A 공인중개사는 상가를 전문으로 한다고 하면 시장조사·시장분석 등 공부를 다양하게 해서 전문성을 갖춰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자격사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제가 임기 내 전문교육제도를 도입해서 추진할 생각입니다.”

현재 국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이는 약 50만명(49만3000여명). 이 중 11만명이 개업 공인중개사다. 나머지 39만명은 현업에 없지만 4일 실무교육만 받으면 언제든지 개업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바로 이점을 지적한다. 그는 “10년, 20년 전에 자격증을 딴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정년 퇴임하고 나서 개업을 한다면 그 사람들은 자격자로서 남은 지식이 거의 일반인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마다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소신이다.

“2년 또는 3년에 한번식 수십시간 교육을 이수토록해 지식을 유지시켜야 하고, 안하면 자격증을 일몰시켜야 합니다. 결코 심한 처사가 아니에요. 전체 중개사고의 70%를 개업 5년차 이내의 중개사가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은 3년간 소속공인중개사로 일해야 개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요. 이정도는 아니더라도 1년 이상은 수련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1만명의 개업공인중개사를 대표해 정부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동분서주한다. 현 정권이 온갖 규제로 시장을 왜곡시켰던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심함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특히 임대차3법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장은 “(당선인에게)개정 임대차3법이 실상은 임차인의 주거복지를 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임대인 입장에서 최소 4년이 묶인다고 하니 임차인을 골라받고, 미리 보증금을 4년치나 땡겨서 올려받는 등 세부담이 전가되지 않았나. 하루 속히 원래의 2년 임차 보장으로 되돌려 놔달라고 의견을 냈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는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개물건의 가격에 요율을 곱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상 집값이 높을수록 공인중개사는 이득을 보는 구조다. 하지만 이 회장은 중개사들은 결코 집값의 급등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자기가 2억원이면 살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3억원이 되어버리면 위축감이 들고 내집 마련 희망이 사라진다”며 “그럼 바로 거래가 줄면서 중개사들은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집값 상승을 결코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생리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규제일변도로 편 것이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은 규제보단 시장에 맡겨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다보니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작은 소도시인 논산·공주 같은 곳까지 전국을 조정지역으로 묶으니 풍선효과가 연이어 나타나고, 투기와 거리가 먼 일반인들은 집 하나 사고 싶어도 대출규제 때문에 못사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은 오히려 서민 주거복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다주택자 취득세 12%, 양도세는 최고 75%까지 달하니, 이건 거래를 끊어놓겠다는 것이라고 느꼈다”며 “실질적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을 책임지는 임대인들은 다주택자들인데 그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해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그는 내달 출범하는 새정부와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뛰는 저희 협회와 부동산 정책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환영하는 바다”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단행된 중개수수료 개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자 세간의 부정적 평가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특히 집값이 오른뒤, 중개보수 요율을 ‘반토막’낸 것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10억원 짜리 집 한 채를 중개하면 중개사가 양쪽에서 총 1800만원을 받는다는 극단적인 예를 가지고 요율체계를 손봤는데, 사실 이런 고가주택이 전국에 5%도 안된다”며 “적어도 반절에 가까운 대상을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야지 일부 사례만을 들어 공인중개사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도록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협회는 앞으로 상한요율 이내에서의 ‘협의’ 대신 협상의 여지가 없는 고정요율을 안착시키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감자인 프롭테크 논쟁은 반드시 풀어야할 이 회장의 숙명이다. 그는 프롭테크 업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직방’만 하더라도 개업 공인중개사들의 광고비를 주수입원으로 삼아 커왔다”며 “그러더니 이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플랫폼업체가 돼 역으로 직접 중개시장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 회원들은 심한 배신감 마저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타 자격사 단체와 협의해서 대형 플랫폼의 소상공인 영역 접근을 법률적으로 막으려고 한다”며 “이것 만큼은 절대로, 무슨 수를 써서도 양보가 불가능하다. 직접 중개시장에만 뛰어들지 않는다하면 프롭테크 업체와 저희는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후생 측면에서도 개업공인중개사들이 경쟁하는 현 구도가 유리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대리가 생기기 전에는 영세 대리운전 업체들끼리 가격경쟁을 하며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는데 카카오대리가 시장을 평정한 이후 독과점체계가 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중개업계에서도 프롭테크의 시장 독과점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규제, 프롭테크의 도전, 국민의 신뢰회복 등 산적한 현안과 과제 탓에 이 회장의 일정표는 늘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는 “취임 후부터 계속 전국의 협회 지부를 돌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협회의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중인데, 어떻게 보면 가장 과도기인 이 시기에 협회장으로의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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