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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프랑스길③ 종점엔 1분마다 축제, DDP가 여기에? [함영훈의 멋·맛·쉼]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가르침
산티아고 우주기지 시티오브 컬쳐
오비에도 성심오케스트라 특별연주
고난·코로나 퇴치,건강기원 향로미사
인근 파라도르, 세고비아 추모연주도
몬세라트 갈색 성모상, 산티아고 재회
스페인도 한류바람, 순례하기 좋은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스페인 갈리시아주 북서부로 약간 치우진 중부내륙 ‘별빛 들판(Compostela)’ 지대를 지나면서, 걷기여행객들은 수많은 산티아고 순례코스들의 목적지(땅끝 피스테라-무시아길은 제외)인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이 멀지 않았음을 감지하고 들뜨기 시작한다.

특히 2022년은 몇년에 한번씩 오는 희년이라서 산티아고의 콘텐츠는 어느 해 보다 풍성해진다. ▶기사 하단, 헤럴드경제 리오프닝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기사 목록

산티아고의 우주기지? 성지에 현대적 감각의 문화예술복합단지 ‘시티 오브 컬쳐’가 들어섰다. 얼핏 서울의 DDP와 오버랩된다. 2022 희년을 맞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있다.
밤샘 걷기여행이 없으니 이른 아침엔 순례자 도착이 거의 없다. 오후에 몰린다. 병원이던 호텔 파라도르(북쪽)에서 찍은 광장(오브라도이로 플라자). 동쪽(사진 왼쪽)엔 대성당 서쪽엔 시청과 경찰서, 남쪽(정면)엔 대학이 있다. 인간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오브라도이로는 말해준다.

푸른 들판의 중심지 아르수아(Arzua)에 도착하기 전, 이미 팔라스데레이(Palas de Rei), 문어요리 마을 멜리데(Melide) 부터, 소와 양이 뛰노는 목장이 계속 나온다. 리바디소(Ribadiso)가 있는 아르수아 마을을 지나서도, 산티아고 대성당을 4㎞ 남긴 몬테고소(Monte do Gozo:기쁨의 언덕)에 다다를 때 까지, 이같은 초원 들판 풍경은 이어진다.

가이드 세르히오는 “강수량이 풍부하고, 아르수아를 중심으로 매우 넓은 초원이 형성돼, 갈리시아주는 스페인에서 가장 넓은 초원지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빛 처럼 빛나는 들판 초원 지대(콤포스텔라)’의 마지막 지점에 ‘산티아고(성 야고보 유해 안치 성지)’가 있다. 순례길의 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10리 앞둔 기쁨의 언덕(몬테 고소)은 힘든 다리를 마지막으로 쉬게 하는 곳이다.

▶기쁨의 언덕과 1200년 축제의 풍악= 사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축들이 걱정없이 풀을 뜯는 모습, 건강성의 상징 중 하나인 자작나무 군락도 심심찮게 보인다. 도로변엔 사슴 그림을 그려 넣은 로드킬 주의 교통표지판도 보여, 생태 보존이 참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덕 위 두 팔을 든 순례자 조각상(워커 작)이 있는 곳은 기쁨의 언덕, 몬테고소이다. 이제 10리 만 가면되므로 잠시 기쁨에 들뜬 채,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조각품의 뒷편엔 의장대 처럼 아름드리 사이프러스가 줄지어 도열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구간, 산마르티노 피나리오 수도원 앞에는 수선화가 반긴다.
저 계단을 내려와 이 사진 촬영지점으로 오면 대성당 광장을 만난다. 사진 속 3인은 순례를 마친뒤, 해가 뜨는 방향으로의 아침 산책을 위해 순례길 반대쪽으로 걷고 있다.

몬테고소를 지나 산티아고 시내 프랑스길 막판에 접어들면 도로 바닥에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어로 인사말과 안내글이 새겨져 있다.

순례 걷기여행객 수에서 아시아 1위(전체 9위)인 한국의 한글도 어느 지점엔가 새겨지리라 믿는다. 2022년 월드컵 축구 목표 만큼, 올해엔 머나먼 곳이지만 한국이 산티아고 걷기여행 8강에 진입해 4강 진출을 노리며 세계최강 노마드의 위용을 과시하고 싶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파이프악기 연주가 가까워진다. 피스테라-무시아 땅끝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의 순례자들이 집결하는 마지막 구간, 즉 산마르티노 피나리오 수도원과 산티아고 대성당을 이어주는 터널에 무명의 연주자가 환영을 해준다.

드디어 성당 앞마당.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나오고, 완주 축하인사가 쇄도한다. 순례자끼리, 마중나온 지인과 포옹하고, 누가 셔터를 눌러도 완주의 기쁨에 포즈를 취해준다. 완주자 누구든 주인공이다. 이런 축제는 1200년 간 몇 분에 한 번 씩 계속 이어졌다.

향로미사는 순례자의 심신을 씻는 의례이다. 성당 벽과 기둥을 지탱한 두 아치가 웃는 듯 하다.
오비에도 예수성심회 오케스트라의 순례 축하 공연

지난 3월13일엔 오비에도 예수성심회 오케스트라가 오후에 결승점에 도달한 순례자들을 위해 특별공연을 해주면서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광장이 품은 삶의 4요소= 성당 앞마당, 완주의 광장, 만남의 광장, 오브라도이로 플라자(Praza do Obradoiro) 동쪽엔 산티아고 대성당, 서쪽엔 시청타운홀과 경찰서, 남쪽엔 산제로니모대학, 북쪽엔 병원으로 쓰이던 파라도르 ‘로스 레예스 카톨리코스 호스텔’이 있다. 신권, 왕권(행정권), 교권, 병원이 신성한 곳에 집결해 있는 점은 예로부터 인간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말해준다.

국립문화재호텔 파라도르, ‘로스 레예스 카톨리코스 호스텔의 중정’. 과거 병원이던 이곳에서 세기의 기타리스트 세고비아가 치료받다 숨진 영혼들을 추모하는 연주회를 가졌다.

세기의 기타리스트 세고비아(Andrés Segovia, 1893~1987)는 ‘로스 레예스 카톨리코스 호스텔’이 병원 기능을 할때 끝내 숨진 영혼들을 위해 중정(中庭)에서 추모 연주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파라도르에선 점심시간에 도착하는 순례자 중 10명을 선착순으로 뽑아 진수성찬을 무료로 대접한다.

인근 샌프란시스코 파라도르도 과거 수도원이었고, 대성당을 잇는 마지막 구간 산마르티노 피나리오 수도원도 현재 공립 호텔로 쓰인다. 지배인들은 공인의 지위이며, 문화재 보존에 대한 책임까지 진다. 스페인 전역에 100개 가량의 파라도르가 있다.

오브라도이로 구역은 1075년 시공해 1211년까지 136년간 지었다. 대성당 앞면은 전형적인 중세 성당 양식의 조형물 외에 대하드라마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듯 순례길에 기여한 인물들의 조각상들이 빼곡이 세워져 있다. 교회당에서 기본으로 모시는 성인들 외에 산티아고(성야고보)를 낳고 기른 어머니 살로메, 아버지 세베데오 동상도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

▶벽사의 향로 미사, 올해는 성대한 희년= 산티아고 대성당에선 정해진 시간에 순례자 미사를 볼수 있다. 모자를 벗고 들어가 절차에 임하는데, 성당 천장으로부터 드리운 밧줄에 매달린 거대한 향로가 어느 시점 향을 피우며 왔다갔다 진자운동을 한다. 바로 순례를 마친 사람들을 위한 향로미사이다. 순례자들의 땀 냄새와 해충을 없애고 노고를 치하하며, 순례자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의례다.

수백년전 작품인데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존복원처리된 조각 걸작 ‘글로리아(El Pórtico de la Gloria)’는 사전 예약된 인원만 들어가며, 그 앞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소년합창단으로 유명한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성당 맨 꼭대기에 있는 갈색얼굴의 성모와 예수상이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에도 있어, 몹시 반갑다. 스페인의 성모상들은 대체로 인간사회 어머니-아기의 모습과 가까워 친근감이 더 든다.

대성당과 대학 사이, 동남쪽 골목엔 순례자 박물관(Museo das Peregrinacións)도 두어, 걷기여행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한다.

필라 퀴나 곤잘레스(Pilar Cuiña) 갈리시아주 문화관광책임자는 “원래 몇 년에 한번씩 성대하게 순례의 숭고함을 기리는 희년은 2021년인데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2022년도 산티아고 희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면서 “여행을 생각한 분들은 올해가 보다 풍부한 산티아고의 매력을 품을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사르강변 대학 성당 콜레히아타 데 사르

▶사르강변 이색교회당, DDP의 3배 시티 오브 컬쳐= 산티아고 중심 구역을 조금 벗어나, 대성당 남동쪽으로 1㎞만 걸어가면, 사르강 옆 12세기에 지어진 특별한 성전 콜레히아타 데 사르(Colegiata de Sar)를 만난다. 우리말로 풀면 사르 대학 교회이다. 성직자들의 연구, 후진 양성, 일반 미사 모두 하는 곳이다.

전체적인 건축 디자인은 로마네스크 양식인데, 건물의 원형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17~18세기에 견고한 부벽을 두었는데, 이게 명물이다. 의도적으로 예술적으로 설계된 회랑처럼 느껴져 보강시설이라는 점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교회가 가지를 아래로 뻗은 듯한 식물 모티브, 즉 예술적 감각을 애초부터 고려해 외장형 지지 기둥을 세운 것이다.

사르 대학 교회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1㎞가량 더 가면, 우리의 서울 DDP 같은 마인드로 DDP의 3배나 크게 지은 ‘시티 오프 컬쳐’ 복합예술단지(Cidade da Cultura de Galicia)를 구경할 수 있다. 도시 규모 면에서 서울의 1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산티아고의 문화예술적 역량과 비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왼쪽 쌍둥이 타워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이 내려다 보인다. 이 타워는 청년, 신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공연,전시 공간이다.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과 공연활동도 보고, 시민과 여행자 개인이 아카이브에서 다양한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도 있는 곳이다. 또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라는 매력도 있으며, 대서양변 땅끝마을 피스테라에서 본 작은 순례자신발 동상과는 다르게, 사람 키보다 큰 큼직한 신발 동상이 두 개나 있다.

SF영화 우주기지가 연상되는 디자인에, 납작하면서도 굴곡진 외관은 산티아고 지형 그대로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시의 트윈타워 처럼 생긴 아트비전센터에서는 유망주의 미니콘서트와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한국 호감도 상승, 순례하기 좋은 때= 유럽의 한류가 남하하면서 스페인 청소년들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옆자리에 있던 중학생들은 한국인들의 대화에서 K팝과 BTS 얘기가 나오자 아는 척 하더니 마드리드 공항에서 다시 조우했을 때 아는 사람인양 눈인사를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K팝 거리 퍼포먼스
종점에 도착한 청년 순례단의 희열 퍼포먼스

성당과 순례자 여권 인증 장소 사이에서 소프트 바(Bar)를 경영하고 있는 중년의 꾸로씨는 넷플릭스 ‘지옥’ 등 한국드라마에 푹 빠졌다며 한류팬을 고백했다. 아일랜드 순례자 제이슨(36)은 “한국인들 만나서 반갑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쇼로 유명해진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잘 안다. 한국인 까미노(순례자)도 많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한국인들이 환대받는 요즘, 노마드 DNA를 가진 한국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가기 딱 좋은 때다.(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글 싣는 순서 ▶3월8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3월15일자 ▷스페인 갈리시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산티아고는 제주 올레의 어머니..상호 우정 구간 조성 ▶3월22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①땅끝끼리 한국-스페인 우정, 순례길의 감동들 ▷산티아고 대서양길②임진강과 다른 미뇨강, 발렌사,투이,과르다 켈트마을 ▷산티아고 순례길, 대서양을 발아래 두고…신의 손길을 느끼다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①매콤 문어,농어회..완전 한국맛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②파니니,해물볶음밥..거북손도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식당서 만나는 바지락·대구·감자·우거지…우리집에서 먹던 ‘한국맛’ ▶3월29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③돌아오지 못한 콜럼버스..바요나, 비고 ▷산티아고 대서양길④스페인 동백아가씨와 폰테베드라, 레돈델라, 파드론 ▷산티아고 대서양길⑤(피스테라-무시아) 땅끝은 희망..행운·해산물 득템 ▷산티아고 프랑스길①순례길의 교과서, 세브리로 성배 앞 한글기도문 뭉클 ▶4월5일자 ▷산티아고 프랑스길② 제주 닮은곳, 행운의 징표들..사모스·사리아·포르토마린·아르수아 ▷산티아고 프랑스길③ 종점의 ‘희년 콘텐츠’ 풍년..몬테고소 10리 지나,리오프닝 산티아고 시내 매력 ▷산티아고 영국길① 헤라클레스의 여인 코루냐 ▷산티아고 영국길② 페롤,폰테데우메,베탄소스..회자정리법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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